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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추기경 자화상 '바보야'

여여니(여연) 2007. 10. 19. 18:11

 

 

 

수환 추기경 자화상 '바보야' 설명

 

[2007년 10월 19 중앙일보 권근영 기자, 사진 최승식 기자]

 

"바보 같지 않나요."

김수환(85) 추기경이 불쑥 되물었다. 10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동성중고등학교 개교 100주년기념전 개막식에서다. 기자가 "왜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쓰셨나"라고 질문하자 머뭇거리던 끝이다.

 

동성중고의 전신인 동성상업학교를 1941년 졸업한 추기경은 이번 전시에 드로잉 14점과 평소 아끼던 글을 붓으로 직접 쓴 판화 7점을 내놨다. 그는 종이에 검은 유성 파스텔로 옛 집..국화 등을 소략하게 그렸다. 특히 동그란 얼굴에 눈, , 입을 그리고 밑에 '바보야'라고 적은 자화상이 화제가 됐다.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추기경은 이번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한다. 지난 5월 홍익대 한진만 학장, 서울대 신현중 교수 등 동문 후배 셋이 찾아와 그림을 청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그림이 전시되는 게 못내 부담스러운지 "'아이고 미련스럽다. 이걸 무슨 작품이라고 내놨나' 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괜찮은 삶인가"라는 질문에 추기경은 "그거야 누구나 아는 얘기 아닌가"라며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하고 이웃과 화목할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줄 알고 양심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걸 실천하는 게 괜찮은 삶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자신의 그림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던 추기경은 판화에 적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구절을 나지막히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