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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곳 두려운 폐쇄공포증

여여니(여연) 2011. 2. 8. 19:04

 

꽉 막힌 곳이 두렵다

폐쇄공포증으로 과연 죽을 수도 있나?

 

지난 1월 종영한 <시크릿 가든>은 남녀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판타지 드라마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남자 주인공 김주원 역을 연기했던 배우 현빈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연기력에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매료되던 것 같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갇혀 폐쇄공포증을 경험하는 장면에서 그는 소름 끼치게 리얼했다. 드라마 장면에서 김주원은 자신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공포에 질려 숨을 잘 쉬지 못하고 헐떡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땀을 흘리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절규하다가 뒤로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게 된다. 이는 폐쇄공포증에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는 공황발작이라고 하는 이 상태인데, 이것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증상이 아닐 수 없다.

 

폐쇄공포증(폐소공포증)은 불안장애 중 공포증의 한 유형으로서, 갇혀서 탈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어 이런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전형적인 증상은 좁은 방, 터널, 자동차, 지하철, 비행기, 엘리베이터 등 좁은 공간에 있게 되거나 노출이 예상되었을 때, 불안, 호흡 곤란, 공황 발작 등의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환자는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고 마치 실제 죽게 되는 것처럼 느끼거나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여 미치게 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드라마에서 나오듯이 실신을 할 수도 있는데, 주사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서도 같은 반응이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환자분들은 불안을 유발하는 장소나 상황을 지속적으로 피하게 되는데, 드라마 중에서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고 전화하는 장면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떤 분들은 비행기를 타려 하지 않아 출장업무에 지장을 받게 되고, 어떤 분들은 지하철을 타지 않고 출퇴근을 버스만을 이용하여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흔히 우울증이 동반되어 고통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폐쇄공포증은 사회공포증(대인공포증) 및 공황장애 등의 다른 불안장애와 구분해야 한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 면접을 하거나 모르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을 땀을 흘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고, 그래서 발표하는 상황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상황을 피하게 되는 질환을 ‘사회공포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지행동요법 및 약물요법으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그리고 상황에 상관없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공황발작을 보이는 질환인 공황장애는 환자들이 병의 초기에 대개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등에서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다가 이상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는데도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여 나중에야 정신과를 찾기도 하는 질환이다.

 

폐쇄공포증의 치료는 일반적인 공포증 치료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는데, 단계를 정하여 점차적으로 불안을 유발하는 장소나 상황에 반복적으로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가 불안하게 느끼는 엘리베이터가 사실은 안전한 장소일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 인지행동치료적 접근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하거나 당장 일상생활에 장애가 많을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폐쇄공포증은 환자가 치료를 열심히 받을 수록 치료로 더 잘 호전되는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는 김주원과 길라임이 결혼해 3명의 아이를 두는 것으로 행복하게 끝났지만, 이에 덧붙여 주원이 정신과 치료를 잘 받고 호전되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며 편안하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라임과 아이들에게 전화하는 장면을 꿈꾸어 본다.

 

*글 :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과 이경욱 교수

*출처: CMC 헬스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