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건강.보건의학

뼈 숫자도 나이들면 준다

여여니(여연) 2014. 6.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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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우리 아이 무릎이 이상해요.” 주부 A씨는 어느 날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하는 젖먹이 아들의 무릎을 만져보고 깜짝 놀랐다. 기어 다니는 젖먹이의 무릎이 까질까봐 염려하던 차에 무릎을 살폈는데 ‘이상’이 발견된 거였다. 무릎뼈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소아과 의사로부터 ‘정상’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내 마음을 놓았다. 의사는 “유아의 무릎뼈는 어른과 달리 연골이어서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말해 줬다.

어린아이들은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뼈는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이다. 유아들의 뼈는 300개 안팎이다. 반면 어른들은 206개로 유아들보다 훨씬 적다. 자라면서 뼈들이 하나로 융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태어나면 머리뼈만 해도 40개가 넘는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두개골은 28개로 줄어든다.

뼈는 단단하고 우리 몸에서 가장 딱딱한 부위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뼈의 개수만큼은 제법 탄력성 있게 변한다. 동양인, 아프리카인, 서양인을 가릴 것 없이 양상은 비슷하다. 즉, 태아나 유아 때는 뼈 개수가 월등 많았다가 어른이 되면 ‘기본’ 206개로 대폭 줄어든다. 물론 인체의 다른 부위처럼 선천적으로 뼈 개수가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한 예로 매우 드물지만 갈비뼈가 한 쌍 더 있는 사람도 발견된다.

뼈는 완전히 자라 최고로 단단해지는 데 보통 25년쯤 걸린다. 골절 같은 부상으로부터 어린이나 청소년이 중장년층보다 더 잘 회복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성인의 기본 뼈 206개는 그러나 평생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없던 뼈가 생겨나는 탓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뼈가 엄지손가락 근처와 오금 쪽에 생기는 ‘종자뼈’가 바로 그것이다. 힘줄이 변해 작은 콩알 같은 뼈가 생기는 것이다. 식물의 종자를 연상시킨다 해서 이렇게 부른다. 엄지손가락 부위와 오금 쪽의 종자뼈는 기계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주어질 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평생 손으로 밭일 등을 한 시골의 노인들 가운데서 심심치 않게 엄지 근처 종자뼈가 발견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엄지손가락과 마찬가지로 엄지발가락 근처도 종자뼈가 흔히 생기는 부위이다. 하이힐을 오랫동안 신고 다닌 여성 가운데 엄지발가락 근처에 심각한 트러블이 있다면 종자뼈의 위치가 어긋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주 옛날에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대인, 즉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없는 뼈도 있다. 대표적인 게 음경뼈이다. 인류학자들은 호모사피엔스 전에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만 해도 음경뼈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음경뼈란 말 그대로 남성 혹은 수컷의 음경에 음경 방향을 따라 자리한 뼈이다. 음경뼈가 없다는 점에서 인류는 동물 가운데 매우 특이한 경우다. 대부분의 고등동물 수컷에게는 음경뼈가 있다.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장 닮은 침팬지만 해도 길이 1센티미터가 조금 못되는 음경뼈가 있다. 침팬지는 전체 뼈의 개수나 각각의 형태 또한 사람과 상당히 유사하다. 고릴라도 1센티미터가 넘는 음경뼈를 갖고 있다. 바다코끼리의 음경뼈는 50센티미터 이상인 예도 흔하다. 요컨대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근연관계가 먼 동물일수록 음경뼈가 길다.

인간의 음경뼈 ‘소실’은 일부일처제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트너가 정해져 있는 만큼 잦은 섹스의 기회를 가질수 있고, 이에 따라 자손을 퍼뜨릴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나 늑대 같은 동물들은 평생에 걸친 교미 횟수가 인간보다 적을 것으로 짐작된다. 음경뼈는 동물들의 짝짓기 시간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데, 교미 횟수가 적은 동물들에게는 교미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후손을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뼈의 발달과 개수에 영향을 미치는 동물마다의 생물학적 특성에는 성 행태까지도 예외 없이 포함되는 것이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6.23

도움말 : 이우영 교수(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나온데: 공감코리아 

  http://korea.kr/gonggam/newsView.do?newsId=01IK2Qe2kDGJM000§Id=gg_sec_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