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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말글찻집] -에 있어/-에 있어서

여여니(여연) 2018. 1. 8. 15:39

[말글찻-최인호] -에 있어·-에 있어서

 

‘성장기에 있어서의 문화에의 적응’

한 논문의 제목이다. 읽어서 대충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짐작할 수 있기는 하다.

 

‘있어서’란 말은 ‘있다’를 활용한 토박이말로서 ‘네가 내 곁에 있어서 안심이다’처럼 자연스럽게 쓰인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때·곳을 나타내거나 격조사적으로 이은 ‘-에 있어·-에 있어서’ 꼴은 본디 쓰이지 않았다. 그냥 ‘에·에게·에서·데서·으로서·-ㄹ 때 …’들로 쓰는 게 자연스럽다. 쓴다 해도 힘을 약간 더 주는 구실을 할 뿐 무리하게 자릿수만 늘어뜨리는 군더더기다.

이수열 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에 있어서의’가 일본말 니오이테노(にお(於)いての)에서 온 치졸한 쓰임임을 짚은 바 있다.

 

그런데, 일본말과 상관 없이 영어를 공부하거나 뒤치면서 ‘-에 있어, -에 있어서, -에 있어서의’를 가져다 쓰는 것을 본다. 영어 참고서나 영-한 사전이 이런 말을 퍼뜨리는 장본으로 짚인다.

 

예컨대 영어 쪽(to me, to we, to a person, in this context, in the cradle, in skiing, the deed, for him …)의 숱한 말들을 가르치면서 “나에게 있어서, 우리에게 있어, 남에게 있어서, 정황에 있어서, 초기에 있어서, 스키에 있어서, 일에 있어서, 그에게 있어서 …”처럼 판박이로 가르치고 뒤치는 지경이어서 좀체 사라질 여가가 없이 버릇으로 굳어지는 판세다. 결국 ‘학문에 있어서, 예술에 있어서’처럼 학문이나 예술을 특정하고 한계를 지우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쓰이는 판이 되었는데, 알고 보면 비웃음거리가 되고도 남으므로 쓰기를 삼가야겠다.

 

△짐승도 은혜를 알거늘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랴

→ 짐승도 은혜를 알거든 하물며 사람에게서랴.

 

△국민총소득은 국내총생산에다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한 기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살림살이 형편을 측정하는 데 있어 국내총생산보다 유효한 지표다

→ ~ 국민의 살림살이 형편을 재는 데서 국내총생산보다 적절한 잣대다.


△전립선암과 유방암 연구에 있어서 핵 수용체의 역할에 대한 최근 연구 동향

→ 전립선암과 유방암 연구에서 핵 수용체의 구실에 대한 최근 연구동향.

 

△미셸 푸코에 있어서 주체화와 실존의 미학

→ 미셸 푸코의 주체화와 실존 미학.

 

△간도문제에 있어서 일제논리의 수용 가능성

→ 간도문제에서 일제 논리의 수용 가능성.

 

△분단 한국에 있어서의 민중의 한

→ 분단 한국과 민중의 한.

 

△해외 출원에 있어서 특허 전략

→ 외국 출원 때의 특허 전략.

 

△장하성펀드와 관련한 투자에 있어서 유의할 점은?

→ 장하성펀드와 관련한 투자에서 유의할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의 조치에 있어서는 저마다 처한 위치가 다른 만큼 한·미·일이 각자 상황에 맞는 대북 조치를 취하되 이를 서로 조율해서 하기로 했다

→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 나라의 조처는 저마다 처지가 다른 만큼 한·미·일이 제 상황에 맞게 조처하되, 이를 서로 조율해서 하기로 했다.

 

△이념은 다르지만 정책에 있어서는 국민의 편에서 생각하고 합의해야 한다

→ 이념은 달라도 정책에서는 국민 편에서 생각하고 합의해야 한다.

 

*글: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나온데: 한겨레신문 2006.10.26

출처 : 조계사불대 49학번 토요2반
글쓴이 : 여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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