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모임 2016.10.08.토~10.09.일 날씨: 대체로 맑음
아내 친구들 다섯 명이 매분기마다 모임을 갖기로 했으나 각자의 일정에 따라 유동적일 때도 있다.
결혼전부터 시작한 이 모임은 결혼 후 부부동반으로 바뀌어 벌써 30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생명력이 대단하다.
그러니 뉘집 자식이 어떻고 이제 대부분 돌아가셨지만, 살아계신 부모님 건강이 어떤지 속속들이 아는 처지다.
이번엔 영월에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신 분의 주선으로 영월에서 1박2일 일정의 모임을 갖는다.
첫모임은 영월 상동읍 장산 중턱에 있는 망경산사로 사찰 주변을 산책하고 사찰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하필이면 오늘 아내의 원주여고 동문 체육대회가 있어 참석해야 하니 첫 일정은 건너뛸 수밖에 없다.
그 시간에 원주 귀래면에 있는 미륵산을 등산하고 서울과 의정부에서 늦게 도착한 아내 친구 두 명과 함께 이동한다.
먼저 만난 팀은 망경산사 일정이 끝나 고씨동굴 주차장에서 만난다.
고씨동굴 앞에 동굴생태관이 있다.
동굴생태관은 2층 구조로 동굴의 생성과정과 생태 등 동굴의 비밀을 풀어보는 곳이다.
관람을 끝내고 고씨굴로 가는 게 맞지만, 모두가 한두 번은 봤기 때문에 바로 선돌로 이동한다.
선돌(영월군 방절리 산122)
전망대 아래 70m 높이로 우뚝 솟아오른 바위로 선돌(立石)이라고 한다.
서강의 푸른 강물과 선돌이 어우러진 특이한 볼거리로 신선암(神仙岩)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선돌 탐방에 앞서 장릉에 도착했으나 해질녘의 선돌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여 서둘러 이곳에 도착했다.
영월은 그간 두세 번 다녀갔으나 선돌은 오늘 처음 본다.
선돌을 다녀오다보니 장릉에 17:30분에 도착했다. 18:00에 관람이 끝난다니 서둘러 능선으로 올라 단종의 릉이 있는 곳으로 간다.
단종은 청령포를 감싼 서강의 범람으로 두 달간의 청령포 유배를 접고 영월 관아의 객사인 관풍헌으로자리를 옮긴다.
조정의 명에 따라 금부도사 왕방연은 사약을 가지고 단종이 있는 영월로 온다.
하지만 왕방연은 차마 말을 하지 못했고 교생 복득이 단종의 뒤에서 활시위로 목을 졸라 죽였다.
그러나 실록에는 왕방연이 영월에 도착하자 단종은 목을 매 자진(自盡)했다고 되어 있다.
실록은 승자의 기록으로 어느 정도 책임 회피성 기록으로 보인다는게 역사 전문가의 입장이다.
조정에서 내린 사약을 받고 숨진 단종의 옥체를 청령포 물속에 버려지자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명이 내려진다.
영월호장 엄홍도는 이런 상황에서도 몰래 옥체를 수습해 장릉 자리에 안장하여 충신으로 추앙받는다.
그후 엄홍도의 충절은 높이 인정되어 그의 자손에게 벼슬자리는 물론 추후에 공조참판이라는 벼슬도 내려졌다.
이런 예를 근거로 영월 사람들은 영월이 '충절의 고장'이라는 데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다.
장릉에서 내려오니 벌써 어둑어둑해져 관람객들도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이렇게 장릉을 끝으로 영월 첫날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하고 저녁 식사 후 동강씨스타로 자리를 옮겨 숙박한다.
다행히 오늘 모임의 주최자인 엄선생님이 영월주민이라 50% 할인된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영월읍 영흥리 봉래산 정상에 있는 별마로천문대로 간다.
의외로 넓은 주차장이 꽉 찰만큼 많은 인파가 모였다.
지하에 있는 천체투영실에서 8.3m 돔 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하여 밤하늘의 별자리 찾는 법을 듣고 본다.
돔스크린은 천장에 있으므로 앞에 두세 줄은 의자를 제끼고 누워서 보는데,
맨 뒷줄에 앉은 우리는 의자를 넘기지 못해 고개를 젖히고 보다보니 목이 좀 아프다.
별자리 교육을 듣고 옥상에 있는 관측실에서 별자리를 관찰해보지만,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낀데다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본다해도 별과 거리가 너무 멀어 맨눈으로 보는거나 천체망원경으로 보나 별 차이를 느끼지도 못한다.
다만, 지하 돔스크린에서 본 별자리는 매우 유익했으며 한겨울 구름 없는 날에 관측하기 좋다고 한다.
지하 천체투영실로 내려가는 벽면에 있는 별자리
아침 식사 후 청령포 가는 길에 만난 구절초 밭에서 잠시 쉬어간다.
구절초뿐만 아니라 씀바귀나 고들빼기가 보여 몇 개 채취해 다음날 무쳐 먹는다.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다.
청령포는 별도로 작성한 블로그를 참고 ☞ http://blog.daum.net/honbul-/1008
만봉사 불화박물관은 왼쪽으로 돌면 주차장이 있고, 망경산사는 우측으로 올라간다.
사실 만봉사나 망경산사를 나눌만큼 떨어져 있지 않고 그냥 같이 쓰는 공동구역이다.
측면에서 본 망경산사 대웅전
망경산사 대웅전
망경산사 대웅전에서 바라보는 만봉사 불화박물관
망경산사는 해발 750m 고지의 평원에 자리잡은 아담한 비구니 사찰이다.
어제 사찰음식이 맛있고 경내가 참 좋았다고 자랑하기에 오늘 회원 전원이 다시 왔다.
점심 예약을 하고 제 시간에 맞춰왔기에 바로 식사를 한다.
각자 입맛과 먹을 양만큼 음식을 준비해 음식을 먹는다.
주변에서 채취한 산나물 등을 이용해 조미료나 향신료가 안 들어간 망경산사의 음식은 담백하다.
이렇게 사찰에서 별도로 사찰음식을 먹기는 처음이다. 어제 산사의 음식을 못먹은 아쉬움을 달랜다.
식사 후 주변 산책에 나서니 뒤 공터에 5층석탑이 보인다.
기단이 도두라지게 높고 전체적으로 균형미가 부족한 석탑인데, 다른 곳에 있던 걸 옮겨 놓은 것이다.
이렇게 높은데 위치한 사찰이라 대부분의 먹거리는 자급자족이다.
약초도 보이고 이름 모를 여러 먹거리를 말리거나 저장한 형태를 볼 수 있다.
배추는 약을 치지않아 벌레가 먹어 구멍이 숭숭하다.
이런 모양이라면 전혀 상품성이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채소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음~
장독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산나물이나 열매를 담그거나 발효시키는 중이겠다.
어저면 겨울 김장을 보관할 항아리일지도 모르지만, 김장독을 저렇게 밖에 놓으면 터질 염려가 있으니 김장독은 아닐 거 같고....
정문에서 보는 불화박물관
가을이 나무 아래 작은 바위를 감싼 담쟁이덩쿨에도 발갛게 내려 앉았다.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끝 모르게 올라와 맛난 점심을 먹고 사찰 경내를 여유롭게 산책한 후 헤어진다.
내년 중에 경주에서 1박2일을 할 예정이고 30주년 기념으로 동남아로 나가자는 의견은 진작에 나왔다.
오랜 기간동안 좋은 친구로 남길 희망한다.
망경산사 하산길이다. 이 길로 올라올 때나 내려갈 때 모두 아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위에 길도 꾸불꾸불한 길이 있었는데, 잠시 내려오다 화면 카피를 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 찍는다.
올러올 때야 처음이니 한두 개 저런 구비를 돌면 끝나겠거니 했으나 끝없이 나올 땐 도도체 언제 끝날까 궁금했다.
그냥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겨우 망경산사 경내에 도착한다.
망경산사를 오가자면 속세의 이런 번잡함을 벗어나야 비로소 해탈의 문으로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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