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쏟아지는 시간에 이발소에 갔습니다. 소나기 때문에 승용차를 가지고
갔습니다. 10년째 다니는 새마을 이발소입니다.
몇 십층 빌딩과 아파트 숲 사이에서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이 달린
서울시 박물관에 보낼 만한 이발소입니다. 이발사 아저씨도 이 형편에 어울리는(?) 분입니다. 오늘 따라 저녁 식사를
하시고는 느긋하게 들어와서는 자기 할 일부터 다하고 머리를 깎았습니다.
늑장을 부리는 것이 언짢기는 하였지만 저는
어제 서신에 띄운 말씀처럼 생각한 바가 있어서 이발을 하면서 한 말씀 드렸습니다.
"아저씨가 세계에서 제일 잘 깎으세요!"
그분은 제가 할 말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며 겸언쩍게 대답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정말입니다. 제가 다른 나라에서도 깎아보고 강남에 사무실이 있을 때에도 거기서 깎아보았지만 아저씨만큼 깎으시는
사람 한 분도 못 봤습니다."
실은 정말 그렇다! 가서 앉기만 하면 알아서 내게 꼭맞는 최상의 머리를 깎아주는 것이
사실이니. 게다가 머리를 감거나 면도도 안하고 나오니 머리칼 하나하나 남지 않게 다 털어주시고.... 그래서 서비스는
30년 전 수준이어도 이 이발소를 10년 씩이나 다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머리를 털어주시더니 이
아저씨가 친히 이발소 문을 열더니 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오니 길 건너 제 차까지 우산으로 모셔다 드리겠다는
것입니다.
비도 많이 그쳤으니 그냥 가겠노라 하였으나 끝내 나를 이끌고 차까지 데리고가서는 내가 문을 닫을 때까지
우산을 치켜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허참! 손님이 두 분이나 기다리고 있는 형편인데도......
사람의
마음 속에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키워내는 것이 삶의 비법이요, 그것은 바로 서로서로 생각해주는 사랑으로만 되는
것이리라.<연>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 7:12]
* 나온데 : 이주연의
산마루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