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하동철 선생님을
보내며
허공에 불을 지르듯이
우리 마음에 불을 지르고 가신 그대,
그대 몸 나무
송판 위에 뉘일 때
우리, 그대의 아름다움만 기억하리.
그대의 호흡이 바람으로 사라지고
혼이 구름으로 증발하여
남아있는 우리의 마음 속 정원에
흰 깃발로 팔랑일 때
그대의 빛났던 순간만 간직하리.
꽃들이 사방에서
피어나는 화사한 봄날
홀연히 향기만 남기고 떠나는 그대,
그대의 아름다운 육체가 흙과 섞일 때
우리, 그대가 꽃 피웠던
순간만 기억하리.
그리하여 언젠가,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땐
빛이었던 기억만을 생의 그물에 건져
그대에게 환한 웃음으로 달려가리.
그런 환희 순간까지,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름답고 사랑하는 이여
부디
평안히 쉬소서.
-후배, 주수자 드림-
*이는 산마루 가족이신 하동철 님(산마루교회 장로, 서울 미대 교수,
전 서울미대학장)의 고별예배(2006. 4. 15.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산마루 가족이시며 소설가이신 주수자 님께서 바친
시입니다.
고 하동철 님의 뜨거운 예술적 열정과 진실한 사랑을 기억하며
오늘 삼오제를 맞아 함께 나눕니다. 주 안에서 평안하소서.
*나온데: 이주연의 산마루서신 2006.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