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기쁜 날

여여니(여연) 2007. 6. 22. 17:09

기쁜 날

 

비켜라, 저리 비켜라

마른 논에 물 들어간다

뒷짐 지고 들어간다

휘파람 불며 들어간다

목말랐던 논바닥이

두 팔을 맘껏 벌리고는

어서어서 오라고,

아무도 막지 말라고,

물을 껴안아 흠뻑 마신다

구름도 덩달아 좋아서

논물 위에 첨벙첨벙,

삽 들고 선 아버지도 좋아서

논둑에서 어슬렁어슬렁,

아버지 그림자도 좋아서

논물 위에 어룽어룽,

논에 처음 물 들어가는 날

정말정말 좋아라

논둑 허리까지 찰랑찰랑

논물이 차오르면

물위엔 개구리밥도

좋아서 동동 뜨겠지

개구리도 개골개골

마구 울어댈 거야

 

*나온데: 2007.6.11 안도현의아침엽서(국정브리핑)

 

 

지난날 이맘때

보산원 그리워

담아왔습니다. 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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