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태안 기름바다

여여니(여연) 2007. 12. 25. 14:52

 

태안 기름 바다

거대한 바다는

구토하며 있었다.

 

하지만 바다는 바다

검은 기름 토해 내면서도

여전히 장엄한 소리로

태고적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바다는 그렇다 생명의 어머니

해안의 즐비한 이름없는 주검들이

영문도 모른 채 뒤엉켜 누웠어도

남은 생명 살리느라

절망을 이긴 소망의 파도로

검은 벼랑에 부딪쳐 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바다는 그렇지 바다

인간의 검은 죄악

자본주의의 검은 탐욕의 띠가

천리만리 휘감고

악마처럼 바닷가 모래알과 바위를

검은 진액의 장막으로 뒤덮었어도

그 힘찬 손길로 씻고 또 씻어낸다.

지치지도 않고 원망도 없이

 

그 바닷가 진동하는 냄새로

구토하며 분노하는

나의 마음마저

조용히 잠들게 하니

바다는 바다

, 영원한 사랑의 신비여

 

*나온데: 2007.12.22 산마루서신

'유머편지명시명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릿고개 생각하며  (0) 2008.02.14
발자국 살피며  (0) 2007.12.31
우리의 말이 향기로우면  (0) 2007.12.07
노먼 필 박사의 대화요령  (0) 2007.12.03
삶에 한 가지를 더 보태라-고도원  (0) 2007.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