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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비]커피에 대한 아주 쓴 불편한 진실... 달달함이 없네...

여여니(여연) 2012. 3. 23. 09:30

 

 

 

 

담배와 술... 그리고 또 하나의 기호품을 뽑으라면 커피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요.

커피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기호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 안에는 차 준비실(탕비실)이나 휴게실에 커피믹스가 걸려있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은 한 동네에 수십 개가 넘는 곳이 등장하기도 하지요.

990 원 아메리카노가 생겨났고, 고가의 일부 커피들은 된장녀 논란을 받기 충분하죠.

과연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커피에 대한 불편한 진실... 커피 스캔들... 영화 <가비>입니다.

 

 

 

커피를 국내에서 처음 마신 사람은 고종황제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이것으로부터 출발하죠.

하지만 언제 처음 마셨느냐의 정확한 시기는 조금씩 의견이 다릅니다.

커피가 국내에 도입된 시기로는 임오군란인 1882년과 1890년 사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고종이 커피의 첫 잔을 든 시기로는 1896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시기로 추측된다고 하죠. 바로 '아관파천' 사건이죠.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픽션 결합된 이 이야기는 김탁환 씨의 소설 「노서아 가비:사랑보다 지독하다」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근데 말이죠, 이 소설을 읽은 분들의 서평이나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 희대의 사기꾼들이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유쾌하게 그려냈다고 합니다.

원작을 안 보고 영화를 본 저로서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뭐가 유쾌하다는 거지?

 

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영화는 역적으로 몰려 타국에서 희생당하는 따냐의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은 따냐의 아버지를 보내드릴 시간도 없이 일본군에게 체포됩니다.

러시아 측으로써는 커피와 금괴를 밀수해 비싼 값에 판매하는 이들의 행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일본 역시 이들을 좋아할 리가 없지요.

발견되면 즉각 사형은 물론이고요. 하지만 조선계 일본인 사타코(유선 분)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죠.

하지만 이들 따냐(김소연 분)과 일리치(주진모 분)를 구해주는 대신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요.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을 암살하라는 미션입니다.

일리치는 일본 장교가 되어 돌아왔고, 따냐는 가비를 만드는 여인으로 러시아의 한 카페에 위장 취업을 하지요.

조선의 문신 민영환 (조승연 분)에 의해 눈에 띈 따냐는 유창한 러시아어와 대응방식에 감탄하고 그녀를 조선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사타코의 계략이었다는 것이죠.

사타코와 미우라(김응수 분)의 조종을 받아야 하는 일리치와 따냐는 고종황제(박희순)을 암살해야 하는 상황은 쉽지만 않습니다.

더구나 고종의 나라에 대한 걱정과 따냐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따냐 역시 그에 대한 암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지요.

 

원작 소설을 읽은 분들의 불만은 상당히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언론사나 소설만 읽으신 분들이 이야기하셨던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 보니 이 작품이 상당히 전체적으로 우울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고종황제를 독살시키는 것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일리치와 따냐가 유쾌한 사기행각을 벌인 부분이 아무래도 독자들을 즐겁게 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사라진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원작에서는 따냐의 이야기가 많이 이야기된 점에서 볼 때 영화로 옮기면서는 주요인물 4인 방에 분량이 비슷해졌다는 것이죠.

고종의 암살이라는 부분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일까요? 너무 무겁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영화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부분이 될 수 있는 코믹한 상황이나 감초연기자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의 내용처럼 너무 쓴맛만 강조하고 달달함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겁니다.

 

 

 

심심해진 스토리 때문인지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훌륭했음에도 그들의 활약상이 빛을 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김소연 씨는 영화 <체인지> 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에 출연해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고, 박희순 씨는 고종에 빙의 된 듯 제대로 된 나라를 갖지 못한 슬픔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습니다. 눈물 장면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과 그것을 CG로 지우느니라 고생했다는 일화는 그가 얼마나 연기에 감정을 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이 작품에는 의외의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조연들도 보이는데요. 러시아 통역관 김홍륙 역을 맡은 박혁수 씨는 실제로 러시아어에 능통한 배우로 국내에보다는 러시아에서 배우로 활약한 경력을 지닌 독특한 이력의 배우입니다. 영화에서는 따냐와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역할로 등장하죠. 그나마 이 영화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끄는 역할이라면 궁녀 나인 금이 역을 한 김가은 씨가 아닐까 싶은데요. 장윤현 감독이 독립영화에서 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하네요. (너무 궁금했던 배우분들의 정보는 이 영화에서 부제 상궁역을 맡은 김현아 씨(@ActressK)가 트위터로 얘기해주셨습니다. 보도자료에도 없는 중요한 캐스팅에 대한 뒷이야기... 감사했습니다.)

 

 

 

<가비>는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입니다. 완성도가 결코 낮은 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장윤현 감독이 <접속> 이후 특별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도 좀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영화가 시종일관 비장했다는 점은 원작 소설이 유쾌하다는 부분과는 상당히 모순이 많아 보입니다.

물론 이 작품은 비장할 수밖에 없지요. 명성황후의 죽음과 비통한 상황에서 나라 잃은 설움까지 겪게 되는 고종에게 이것만큼 슬프고 비장함이 느껴지는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드네요. 영화의 엔딩에서 고종이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 있었던 정관헌의 모습마져도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커피의 맛 때문일까요? 아니면 영화가 커피만큼이나 너무 씁쓸해서 그럴까요?

 

적어도 커피는 쓴맛보다는 달달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유의 풍미와 쓴맛이 커피의 특징이라고 하지만 말이죠... 저는 달달한 커피믹스나 캐러멜 마기아또나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ps. 김소연 씨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고생한 점은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홍보가 이제는 시청자와 관객도 구분할 정도로 많이 예리해졌습니다만 배우의 이미지를 포기하고 망가진 점은 영화홍보와 관계없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소연 씨 고생하셨습니다...람쥐... ㅋㅋㅋ

출처 : 송씨네의 컬처매거진
글쓴이 : 송씨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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