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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길 따라] 창덕궁길

여여니(여연) 2005. 6. 11. 23:54

 

[서울의 길 따라] 창덕궁길

뉴스메이커 601호

비원(秘苑). 은밀한 왕가의 정원이 보존되어 있는 창덕궁을 부르던 말이다. 일제시대 궁궐을 격하시켜 부르던 표현이었지만 정원의 아름다움 알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 가이드를 따라 돌아보는 것만 허용되는 창덕궁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담장 너머 창덕궁 길이다.



한국불교미술박물관 

창덕궁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돌담 너머로 궁궐이 보인다. 담장 안에서 보는 궁궐이 왕의 집이라면 담장 밖에서 보는 궁궐은 백성들의 삶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특히 창덕궁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창덕궁 길에는 왕실의 일을 돌보며 살아가던 많은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첫번째가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다.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은 1993년에 개관했으며 리모델링을 위해 1년간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불교미술을 전문으로 기획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서 맨 처음 마주하는 것은 석탑들이다. 사찰 입구를 들어서 대웅전 앞의 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탑들은 신라시대의 석탑과 부도들이다. 그 뒤로 세 채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 첫째 건물이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유물은 보 물 2점을 비롯 6,000점에 이른다. 특히 2층 전시실에 전시된 보물 1204호 의겸등필수월관음도(1730년, 영조 6년)는 조선시대 수월관음도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가 대부분 관음보살의 옆모습을 그리고 있으나 이 수월관음도는 관음보살의 정면을 그리고 있는 것이 특징. 약 27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원래의 뛰어난 색감을 간직하고 있는 수작이다.  이밖에 박물관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특별전시실도 있다. 이곳은 현재 보수중으로 12월 중순에 문을 연다. 별관 개관을 기념하여 박물관의 별관으로 지정된 종로구 창신동 소재의 안양암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13점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전을 준비중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3,000원, 5세 이하는 무료다. 문의 (02)766-6000 www.buddhistmuseum.co.kr   





궁중음식연구원 

궁중음식의 대가인 황혜성 선생의 음식솜씨를 배울 수 있는 궁중음식연구원도 창덕궁 돌담을 끼고 있다. 이곳은 1971년 개원하여 우리 음식문화를 대중에게 전하고 이어오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곳을 찾는 발길도 많아졌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우리 음식을 가르치는 정규교육코스를 만들었다. 폐백이바지, 김치-밑반찬, 궁중음식, 호텔한정식, 궁중식채반 등 관심있는 분야의 음식을 배울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문의 (02)3673-1122 www.food.co.kr 궁중음식연구원을 지나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중앙고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언덕을 넘어서면 다시 언덕이 시작되고 언덕 위에서 왼쪽으로 가회새싹로가 이어진다. 이 길은 북촌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곳으로 가회박물관과 동림매듭박물관, 궁중음식연구원 부설 병과교육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크고 작은 한옥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곳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로 오래된 마을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공간이다.



가회박물관

부적과 민화를 주로 전시해 우리의 무속신앙을 엿볼 수 있는 가회박물관은 2002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250여 점의 민화와 750점의 부적, 150점의 전적류 및 기타 민속자료 250여 점 등 총 1,500여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가회박물관에는 개관 2주년 기념전으로 준비한 '토속신앙의 원형을 찾아서-무속화전'이 지난 10월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열린다. 수명장수-소원성취-자녀성장-무사평안을 비는 칠성신(七星神),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山神), 운수와 재화를 담당하는 대감(大監), 인간의 재복-수명-잉태를 담당하는 삼불제석(三佛齊釋) 등의 무신도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재물-합격-애정 등 소원성취를 비는 부적체험 코너도 만들어 놓았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고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학생 2,000원. 문의 (02)741-0466www.gahoemuseum.org



동림매듭박물관

심영미 매듭공방으로 불리는 동림매듭박물관은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 시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전통매듭과 새롭게 만들어내는 현대의 매듭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것이 매듭박물관의 특징. 이곳에서는 보는 즐거움에 직접 매듭을 만드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체험 아이템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휴대폰 고리. 남학생들조차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이 매듭은 한번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쉽게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 직접 만든 매듭 휴대폰 줄이 아까워 여자친구에게도 줄 수 없다는 남학생의 말에서도 그 재미를 엿볼 수 있다. 체험료는 5,000원 선이고 체험시간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집안 대대로 이어 내려온 매듭을 마다않고 대를 이은 심영미 씨. 이제 그의 매듭기술은 며느리에게로 4대째 이어지고 있다. 관람 및 체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고 월요일에 휴관한다. 입장료는 무료. 매듭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정규강좌도 개설했다. 기본과정을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3~6개월. 수강료는 1개월에 10만원 선이다. 재료비는 별도. 문의 (02)3673-2778








고종 어의의 집, 연암다원

연암다원은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을 들어서 가운데 있는 일본식 2층집이다. 이곳은 고종의 건강을 돌보던 어의가 살던 집이다. 그 후 박물관장인 권대성 씨가 20년간 생활하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다원으로 만들었다. 고종 어의의 집이었던 점을 살리려 집의 골격을 고스란히 둔 것이 특징. 덕분에 집 뒤의 정원과 작은 방으로 나뉜 공간의 아늑함이 살아 있는 휴식공간이 되었다. 다원 2층에는 좌식테이블로 된 세미나실이 있다. 이곳은 차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리는 공간. 다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직접 우려낸 차를 대접하고 싶은 안주인 최은희씨의 마음이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이고 연중무휴다. 문의 (02)742-9999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1번을 이용, 럭키세탁소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7분 정도 걸어가면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 나온다.


글-사진| 한은희(sky360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