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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표기 ‘우리 나라’로 재고돼야-윤재열교사

여여니(여연) 2006. 6. 5. 12:59

'우리나라' 표기 ‘우리 나라’로 재고돼야

 

[국정브리핑 2006-05-26 20:55]

오는 2009학년도부터 초ㆍ중ㆍ고교 교과서의 표기 및 표현이 표준국어대사전(이하 국어대사전)에 맞게 바뀐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18일 교육부 대회의실에서‘교과서 표기 및 표현 감수제 도입 추진을 위한 업무협정’을 체결했다.
 
현행 교과서와 국어대사전은 띄어쓰기와 사이시옷 등을 달리 표기해 혼란스럽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날 두 기관은 협정서에서 현행 어문규정에 따라 표기법을 단일화하고 교과서 감수제를 도입해 교과서 표기 및 표현이 문장의 전범이 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 날 협정 내용을 보면, ‘교육 인적 자원부/대한 민국/홈 페이지/서울 특별시/틀 니’는 앞으로‘교육인적자원부/대한민국/홈페이지/서울특별시/틀니’로 붙여 쓴다고 했다.

또 ‘등교길/하교길/노래말/꼭지점’하던 것을 ‘등굣길/하굣길/노랫말/꼭짓점’ 등으로 사이시옷 표기를 하는 것이 바른 것이라는 제시를 했다. 

  

‘우리’는 ‘우리 엄마/우리 신랑/우리 아기/우리 동네/우리 학교’처럼 뒤에 오는 말하고 띄어 쓰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앞의 예처럼 자연스럽게 띄어 쓰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정 체결은 현실 언어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한글맞춤법은 성명 이외의 고유명사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국어대사전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용어들의 경우 합성어로서 하나의 단어로 구분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와 국어대사전의 표기가 달랐고, 언중들은 늘 혼란과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널리 쓰이는 합성어를 원칙을 지키며 띄어 써야 하는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는데, 이번 발표로 이러한 혼란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정은 당사자들의 표현대로 수준 높은 교과서 개발 및 문장의 본보기로서 교과서의 권위를 회복하여 국민의 올바른 국어생활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띄어쓰기와 사이시옷 등의 혼란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보도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즉 현재 한글맞춤법 규정에는 ‘우리 나라’는 특별한 언급이 없으니 띄어 써야 한다. 실제로 시중에 나와 있는 교과서는 모두 띄어 쓰고 있다.

그런데 국어대사전은 ‘우리 나라’를 합성어로서 하나의 단어로 인정하고, ‘우리나라’라고 붙여 쓰는 용례를 올려놓고 있다.

이러한 혼란에 대해 필자는 ‘우리 나라’는 한글맞춤법 규정대로 띄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우리’는 일부 명사 앞에 쓰여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을 상대하여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널리 쓴다.(우리 엄마/우리 신랑/우리 아기/우리 동네/우리 학교)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도 앞의 예처럼 자연스럽게 띄어 쓸 수 있다.
 
그런데도 국어대사전은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이라 하여 ‘우리나라 사람/우리나라 풍속/우리나라 고유의 악기인 가야금/우리나라의 역사는 반만 년에 이른다./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 입에 맞을지 모르지만 많이 드십시오’처럼 붙여 쓴 용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유 없는 예외이다. ‘다른 나라’는 띄어 쓰고, ‘우리나라’는 붙여 쓰는 것은 동일한 어형을 두 가지로 설정하는 것이다. 굳이 이러한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띄어쓰기를 달리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대한민국’과 ‘서울특별시’는 ‘대한-’과 ‘-민국’ 그리고 ‘서울-’과 ‘-특별시’로 분리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들은 모두 앞 단어와 어울려 쓰는 의존 형태이다.

하지만 ‘우리’와 ‘나라’는 이미 독립된 형태로 아무 곳에서 자유롭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붙여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국어대사전은 ‘우리나라’를 붙여 쓰고 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한글학회가 편찬한 큰사전(1957년 판)과 우리말 큰사전(1991년 판), 이희승 국어대사전(민중서관, 2000년) 등에는 모두 용례가 나와 있지 않다. 이는 결국 붙여 쓰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전에 이 단어를 올려놓은 것(연세대학교 한국어사전, 2002)도 있는데, 여기서도 ‘우리 나라’를 띄어 써 놓고 있다.
 
우리 나라는 한문의 전래 이래 수천 년 동안 한문 문체의 붙여 쓰기의 전통을 유지해 왔다. 이 전통은 한글 창제 이후에도 계속돼 우리는 한글표기에서도 한문체처럼 자연스럽게 붙여 쓰기를 해 왔다.
 
그러나 개화기에 미국에서 오래 체류하고 영문 띄어쓰기에 익숙했던 서재필이 한국에 들어와서 띄어쓰기를 실천했다. 즉, 문헌상에 띄어쓰기가 처음 나타난 것은 독립신문이다. 그는 독립신문 창간호에서 “또 국문을 이렇게 구절을 떼여 쓴즉 아무라도 이 신문 보기가 쉽고 이 신문 속에 있는 말을 자세히 알아보게 함이라.(현대말로 고침)”라며 띄어쓰기를 시작했다.
 
그 후 띄어쓰기는 영문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 등에서 활발하게 나타나다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즉 띄어쓰기는 이제 맞춤법의 일부가 되었다. 그럼에도 ‘맞춤법과 띄어쓰기’라고 하여 마치 두 가지가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듯이 말하곤 하는데, 이는 그 만큼 띄어쓰기가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붙여 써야 할 근거가 희박한 ‘우리 나라’를 자꾸 붙여 쓰라며 규칙을 만든다면, 똑똑한 언중은 오히려 잘못된 문법 규칙에 의해 어리석은 언중으로 전락한다. 가능한 한 언중은 문법보다 언어적 직관으로 말하도록 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어문 정책을 통일하고 선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가 없이 ‘우리나라’와 같은 단어에 예외를 두는 것은 혼란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하루 빨리 재고해야 할 것이다.

국정넷포터 윤재열(http://tyoonkr.kll.co.kr)



 

<윤재열님은> 현재 수원 장안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글쓰기의 소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언어생활을 성찰하고, 바른 언어생활을 추구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시해설서 '즐거운 시여행'(공저), 수필집 '나의 글밭엔 어린 천사가 숨쉰다', '삶의 향기를 엮는 에세이' 등이 있습니다.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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