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 김용우 씨(31)는 성당에 16년째 다니지 않고 있다.
김씨는 이른바 '쉬는 신자'(냉담자)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 등에 업혀 성당에 다니던 그가 발길을 끊은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입시에 쫓겨 주일 교리에 나가지 않다가 차츰 본 미사에도 빠지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미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몇 년째쉬는 신자로 지내면서 휴일을 여가 생활로 보내는 것이 몸에 익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냉담자는 아니다.
취업할 때 입사 원서에 천주교 신자라고 적기도 했으며 본인도 주일만 지키지 않을 뿐 신을 믿는 천주교 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와 같은 쉬는 신자들은 신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선 일반 신자와 같지만, 주일을 지키는 등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면에선 무신론자와 닮았다.
주5일제 등 개인 여가 생활이 중시되면서 "일요일에 성당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쉬는 신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신자는 현재 천주교만 해도 169만여 명에 이른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발표한 2005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냉담자 수가 신자 총수의 36.4%인 169만9968명으로 10년 동안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주일 미사 평균 참석자 수는 125만4572명으로 2004년에 비해 1만8335명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목연구소 소장 배영호 신부는 "스스로 천주교 신자로서 정체성을 표현한 사람이 514만명에 이르지만 실제 신앙생활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지식 정보화 사회 또는 포스트모던 사회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도 종교의 의례와 가르침 그리고 계율은따르지 않으면서 개인적 신앙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개신교나 불교도 상황은 천주교와 마찬가지라서 '쉬는 신자'를 위한 사목활동 방법을 놓고 종교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랑의 교회는 쉬는 신자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들이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사와 전도사로 구성된 40여 명의 목양담당자를 따로 두어, 교구별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쉬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미 무늬만 신자가 돼버린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무신론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교회측은 설명한다.
사랑의 교회 장호철 목사는 "쉬는 신자들 가운데 교회 내에서 관심을 받지 못해 나오시지 않는 분들을 대상으로 사목을 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다시 교회 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교역자들이 일반 신자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서울의 대표 사찰 조계사는 매주 정기적으로 어린이 중ㆍ고교생 대학생 일반인 신도를 대상으로 별도로 법회를 마련하고 있지만 고정적으로 참석하는 인원은 교인의 60% 선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쉬는 신자'들이 일반 법회는 소홀히 하고 부처님 오신 날 등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만 법회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사찰 관계자는 "생활이 바쁘다고 말하시는 분들에게 법회에 나오라고 강요하기 힘들다"면서 "다만 연령별 지역별 모임을 중심으로 나오시지 않는 분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