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항구와 바다와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소도시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통영은 청마 유치환 시인(사진)이 시조 시인 정운 이영도 여사와 순정을 나눈 곳. 각기 아내와 사별한 남편이 있었던 시인과 여사의 사랑은, 서로 쉽게 다가갈 수 없었기에, 더욱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통영에 도착한 저는 우선 통영중앙우체국을 찾아갔습니다. 이 우체국은 시인이 노래한 시구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에 나오는 바로 그 우체국. 시인은 이 우체국에서 무려 5천여 통의 사랑의 편지(그러니까, 연애편지!)를 여사에게 보냈습니다.
시인과 여사의 사랑에 대해서는 세간의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불륜’이라는 한마디 말로 그들의 순정을 표현할 수도 있겠지요. 또 시인의 친일 의혹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통영중앙우체국의 이름을 청마우체국으로 바꾸려는 일부의 노력은 시인의 친일 의혹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세상의 모든 말들을 뒤로 하고,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는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태어나게 한 시인의 삶과 시인의 사랑이, 그냥 대책 없이, 부러운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30년 넘는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쉴 새 없이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하고 사랑하고 이별해왔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 것에 제 온 정신을 담가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에,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무척 서툽니다. 아니, 무지하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데, 이게 저만 그런 걸까요? 언제였던가, 어느새 인생의 황혼에 접어드신 제 어머니께서 “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았다”고 얘기하셔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랑이 뭔지 모르고 산 인생.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 사랑에, 아니 그보다도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러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계시지는 않나요?
그래서입니다. 가을이 막 익어가려 하는 지금, 여러분들에게 제안을 하나 드립니다. 이번 가을, 함께 연애편지를 써보시지 않겠습니까. 혹시 그간 사랑하는 사람에게 ‘문자’와 ‘쪽지’와 ‘댓글’과 ‘메일’ 외에는 글을 써보신 적이 없습니까.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5천 통의 연애편지를 썼던 유치환 시인을 조금이나마 본받아봅시다. 지금은 가을이지 않습니까. ^^;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신문 1면에 실리는 당신의 연애편지. 미디어다음은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연애편지를 신문 1면 못지않은 자리에 편집해드리겠습니다. 그 특별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애를 하셔도 좋고,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셔도 좋고, 이루지 못한, 또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까워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진솔한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해주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연애편지를 쓰고, 나직한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는 가을은 생각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시인의 노래처럼, “숱한 사람들이” 저마다 “애틋한 연분”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으로 피어낼 수 있다면……. 비록 그게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해도,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애편지를 어떻게 보내느냐고요? 간단합니다. 트랙백을 걸 줄 아시는 분은 이 글에 트랙백을 걸어주시면 됩니다(트랙백 주소: http://blog.daum.net/media_jsko/tb/5646001, 트랙백 거는 법 자세히 보기). 트랙백을 걸 줄 모르시는 분은 그냥 블로거뉴스에 연애편지를 올려주십시오. 제목에 [연애편지]라는 간단한 표시만 덧붙이시고요.
참, 진솔한 연애편지를 보내주신 분들께는 작지만 가을과 어울릴 법한 선물도 드리겠습니다. <작가들의 연애편지>(생각의나무 펴냄)라는 책입니다. 소설가 김훈, 하성란, 시인 정끝별, 이재무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유명 문인들의 연애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을을 더 애틋하게 만들어줄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최신기사&미분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년 10대뉴스후보들_스포츠 (0) | 2006.12.27 |
---|---|
[스크랩] [엽기조선왕조실록] 76. 77. 78 조선시대의 CSI 과학수사대 (0) | 2006.09.26 |
[스크랩] 열광적으로 오늘을 사는 지혜 (0) | 2006.09.11 |
[스크랩] KTF, 보조금 최대 35만원으로 인상(종합) (0) | 2006.07.07 |
[스크랩] <상이용사 2명, 도보로 625km 국토종단> (0) | 2006.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