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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엽기조선왕조실록] 76. 77. 78 조선시대의 CSI 과학수사대

여여니(여연) 2006. 9. 26. 11:23

[엽기조선왕조실록] 76. 조선시대의 CSI 과학수사대 上
입력: 2005년 08월 10일 19:51:43

요즘 CSI라는 외화가 소리 소문 없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과학수사대란 전문소재를 들고 나와 소리 없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CSI. 미국에선 이미 CSI효과라 하여, 배심원들에게 검사가 왠 만한 증거를 내보여도 꿈쩍도 안하고, 좀 더 과학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자, 그런데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과학수사대와 같은 활약을 벌인 사람들이 있었으니…조선시대 과학수사의 현장으로 달려가 보자.

“사또나리! 사또나리! 크…큰일 났사옵니다.”

“이 자식은 맨 날 큰일이래. 야! 진짜 큰일 아니면 너 죽어!”

“지…진짜 큰일입니다요. 효…효자로 소문난 김…김진사 어른이…자결을 하였사옵니다!”

“뭐라! 김진사가? 그거 뻥 아니야? 그 자식이 자살할 리가 없는데…. 얼마 전에 3년 시묘살이 끝나서, 슬슬 과거 준비한다고 했었는데….”

“사또, 지금 혼자 나레이션 할 분위기는 아닌데요? 빨랑 검시를 하러….”

“이 자식이 간만에 분위기 잡았는데…이걸 그냥 확! 휴…내가 참아야지. 어이 일단 오작(●作 : 검시 전담 요원)이랑 항인(行人) 부르고, 어이 형방! 넌 가서 현장 보존하고 있어라.”

“예, 사또!”

사건이 터진 김진사네 집은 거의 초상 분위기인데, 김진사의 와이프인 최씨 부인만이 구슬피 울고 있었다.

“사또…흑흑. 시아버님 돌아가신 게 엊그제인데, 이제 남편이라니요….”

“부인…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흑흑…사또, 지금 저렇게 목매달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저리 흉사(凶死)한 남편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습니다, 흑흑.”

“부인, 그래도 나라의 국법이 지엄한지라…. 일단 초검(初檢 : 첫 검시, 기본적으로 조선의 검시체제는 복검제覆檢制 로 두 번, 혹은 두 번 이상 검시를 하였다)이 빨리 끝나도록 하겠습니다. 어이 오작! 김진사의 사체는 어떠한가?”

“예, 나으리…. 그러니까설라무네, 의사자(縊死者 : 목메어 죽은 사람)의 유서도 발견 되었구요. 에또…뭐시냐, 목을 멘 사투두(死套頭 : 매듭이 고정된 올가미)를 보건대, 손재주가 없는 양반 어르신이 매듭을 묶은 듯이 보입니다. 뭐, 정황상으론 자살이 맞는 거 같으니까, 대충 시장(屍帳 : 검시 결과를 기록한 장부) 만들고, 보고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그래도 명색이 양반인데, 괜히 일 벌려서 키우는 것 보다는….”

“저 자식 말하는 거 하고는…일단 유서 줘 봐!”

사또, 김진사의 유서를 유심히 살펴보는데…사또의 눈빛이 묘하게 변해 가는데,

“모두 꼼짝 하지 마! 지금부터 이 자리에서 움직이는 놈은 범인으로 간주하겠다. 그 자리에서 꼼짝 하지 마!”

사또의 돌연한 행동에 김진사네 안뜰에 모여있던 사람들 당황하는데,

“사또, 뭐 잘못 된 일이라도?”

“야, 너. 김진사 사체 제대로 살폈어?”

“예, 거시기…. 그러니까….”

“이 자식,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봐! 야 너 신주무원록(新註無怨綠 : 세종이 편찬한 법의학 지침서 원나라의 ‘왕여’가 만든 ‘무원록無怨綠’을 개정해 조선의 현실에 맞게 편찬한 것임 제목 그대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라는 내용답게 법의학에 관한 지식과 실례가 실려져 있다)은 봤어? 보고 하는 짓이야?”

“아이 사또, 절 뭘로 보시고…. 보십시오. 울혈도 보이지 않고 말입니다. 만약 언놈시키가 김진사 어른의 목을 졸라 죽인 다음에 목 매단 것으로 위장했다면, 울혈이 생겼지 말입니다. 손으로 졸랐다면 정맥만 막히기 때문에 얼굴 전체에 검붉어 지는데…김진사는 멀쩡하잖습니까? 사또 왜 이러세요? 뭐 잘못 드셨어요?”

“아무래도 냄새가 나…. 냄새가….”

“…거시기, 제가 점심으로 꽁보리밥을 좀 과하게 먹었더니…. 죄송합니다, 사또.”

“이 자식이 분위기 깨…. 아우 냄새야…. 야, 저기 멀찌감치 가 있어!”

“사또,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쯤해서….”

“형방 너 돈 받아먹었냐? 이 유서를 보고도 느껴지는 게 없냐?”

“유서가 어때서요? 아버님 살아계실 적에 제대로 효도 한번 못해드린 불초 소생이…그래설라무네…아버님 모습이 너무 눈에 선해…아버님을 따라 하늘로 가겠습니다? 뭐 별 이상 없는 내용인데….”

“야, 소과에 합격할 정도의 양반이 유서를 언문(諺文 : 한글)으로 쓰냐?”

“…….”

“내가 이래봬도 한때 중년탐정 김점일로 불렸던 인물이야! 이 사건은 분명 타살이야! 범인은 이 안에 있어!”

한때 중년탐정 김점일로 불렸던 사또 김점일은 과연 김진사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여름특집 미스테리 서스펜스 대하 역사물 ‘조선시대의 CSI’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엽기조선왕조실록] 77. 조선시대의 CSI 과학수사대 中
입력: 2005년 08월 11일 19:58:24

김 진사의 죽음을 타살로 결론내린 중년탐정 김점일! 과연 김점일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 김진사를 끌어내려 봐… 그리고 어이 오작(●作)! 술 지게미 가져왔지?”

“예, 사또! 가져오긴 가져왔는데, 근데 사또 지금 ‘혈의 누’ 찍는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

“너 이 시키 한번만 더 그따구 뻐꾸기 날렸다간 널 시체 검시하는 수가 있어!”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김점일은 술지게미로 김진사의 사체를 닦게 만드는데,

“어이 우산!”

오작이 기름칠한 우산(햇빛에 의한 반사를 막기 위해 사체를 검시할 때는 기름칠한 우산으로 검시할 부분을 가린다)을 펴든다. 이어 김점일이 유심히 김진사의 사체를 바라보는데,

“사또, 남편이 타살되었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무슨 증거라도 나왔습니까?”

최씨 부인의 물음에 김점일은 묵묵부답이다.

“사또, 외상은 보이지 않는뎁쇼?”

“사또, 무슨 말씀을 해 주십시오. 남편이 진짜 타살된 것입니까?”

“…부인, 남편은 분명 타살입니다.”

“무슨 증거라도 있는 것입니까?”

“정황상으로 남편 정도 되는 인물이 자신이 마지막 가는 길에 남긴 글을 언문으로 썼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

“형방!”

“예, 사또 나리!”

“너는 일단 말야. 탐문 수사 들어가, 김진사네 노비들부터 시작해서 요 근래 김진사 행적을 알아보고, 특히 채무관계나 원한관계 있는지 알아보도록, 아 그리고 김진사가 쓴 글을 찾아서 이 유서랑 필적 확인 해봐라. 그리고 오작!”

“예!”

“감초 좀 끓여 와라.”

“아이 사또, 김진사는 목 매달아 죽은 거… 끓여 오겠슴다!”

중년탐정 김점일은 감초 끓인 물로 다시 한 번 김진사의 몸을 닦아 내는데,

“감초 끓인 물로 몸을 닦으면, 상처부위가 잘 드러나지.”

김점일 혼잣말을 하며, 김 진사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는데, 희미하게 손톱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점일 유심히 손톱자국을 바라보는데,

“여자의 손톱자국이군. 그것도 여러 개… 정신없이 싸운 흔적이야!”

김점일 최씨 부인을 바라보는데,

“부인, 혹시 김 진사에게 첩이 있거나… 어디 자주 가는 기방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요. 남편은 오로지 글공부와 돌아가신 시아버님 생각밖에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호… 그래요?”

중년탐정 김점일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때 형방이 헐레벌떡 김진사의 집으로 들어오는데,

“저기 사또 나리…”

“그래, 뭐 좀 알아봤냐?”

“예, 일단 김진사의 필적과 유서의 필적은 다른걸로 판명이 났습니다.”

“음, 그리고? 김진사의 주변은 어떻디?”

“예, 일단 채권채무관계는 깨끗하구요… 사람들 평판도 좋습니다. 에또, 이건 좀 그런 건데, 최씨 부인이… 좀 밝히는 체질이랍니다.”

“밝혀? 뭘? 형광등? 후렛쉬?”

“아니… 거시기한 18금 이야기 있잖습니까.”

“흠… 그렇다면?”

“김 진사가 시묘살이 하는데, 계속 김 진사 옆구리를 찔렀답니다. 김 진사는 또 경건한 마음으로 있어야 한다고 버텼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소문에 의하면, 이집 노비 중에 떡쇠란 애한테 쌀밥을 그렇게 먹였답니다. 다른 애들은 조밥이나, 보리밥을 먹였는데 유독 떡쇠한테만은 하얀 쌀밥을 고봉으로 해서 먹였답니다.”

“흠… 마님은 왜 떡쇠에게 흰 쌀밥을 먹였는가?”

“나리… 그건 에로비디오 제목 아닙니까?

“흠흠… 아니 뭐 말을 하다보니까...”

“그런데 나리, 그런데 김 진사의 사인(死因)은 무엇입니까?”

“자살을 한 게 아니라면, 타살임이 분명한데… 신체엔 손톱자국 밖에 없다. 그렇다면?”

“독살인갑쑈?”

김점일 씩 웃더니 최씨 부인에게로 향하는 데,

“부인, 남편의 사인(死因)을 알아낼 방책이 하나 있습니다. 헌데 부인의 도움이 필요할 듯 합니다.”

“미천한 소녀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하십시오.”

“닭 한마리가 필요합니다. 프라이드랑, 양념 반반… 이 아니라, 생닭이 필요합니다.”

“닭이요?”

“예, 기왕이면 이집 하인 중에서 가장 힘이 좋다는 떡쇠가 닭을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년탐정 김점일은 생뚱맞게도 생닭을 요구하게 되는데… 말복 기념으로 삼계탕을 끓여먹자는 것일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김점일은 난데없이 생닭을 요구한 상황!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여름특집 미스터리 서스펜스 대하 역사물 ‘조선시대의 CSI’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기대하시라 개봉

 

 

[엽기조선왕조실록] 78. 조선시대의 CSI 과학수사대 下
입력: 2005년 08월 12일 19:49:29

떡쇠가 쭈뼛거리며 닭 한 마리를 들고 오는데,

“그래, 일단 닭 들고 서 있어라. 어이 오작(●作)!”

“아따, 만만한 게 홍어×이라고 왜 지만… 알겠슴다.”

오작은 품안에서 은비녀를 꺼내더니 조각수(쥐엄나무 껍질을 삶은 물)로 몇 번 헹궈 김진사의 입으로 집어넣는다.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는데, 오작은 시간이 좀 지나자 은비녀를 뽑더니 다시 조각수로 씻어 낸다.

“어떠냐?”

“흰색인데요? 일단 비소나 유황은 아닌 거 같슴다.”

“독이 어디 비소와 유황 뿐이더냐?”

“반계법(飯鷄法)을 시험해 볼깝쇼?”

“그걸 꼭 말해야 알아 듣냐? 지금 닭 들고 온 거 보면 모르겠냐? 애가 머리가 딸리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야 너 솔직히 말해봐 너 낙하산이지? 그치? 맞지?”

“왜 그러심까? 저 공채입니다. 아이 씨, 아줌마! 찬밥 남은 거 있어요? 밥 한공기만 주세요!”

“식사하시게요? 어쩌나 지금 찬이 없는데…”

“반찬 필요 없으니까 밥이나 얼른 주쇼!”

밥을 받아든 오작 그대로 김진사의 목구멍에 밥을 집어넣더니 그 위에 종이를 한 장 얹는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난 후 김진사의 목구멍에 있는 밥을 꺼내는 오작, 그대로 닭에게 밥을 던져준다. 닭 왠 밥이냐 싶어 허겁지겁 밥알을 집어삼키는데, 채 1/5도 다 삼키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죽는다.

“…독살이옵니다. 나리”

“이제… 사건의 전모가 다 밝혀졌군. 범인은… 이 안에 있다!”

김점일의 말에 김 진사댁 안에 모여있던 사람들 수군거리며 서로를 바라보는데,

“최씨 부인…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지금 당장 부인이 쓴 다른 글과 이 유서의 언문 편지의 필적을 대조해 볼까요?”

“……”

“부인은 효자… 그것도 너무 효자스러운 김 진사를 만나고 나서 인생이 꼬였소. 남편의 살 냄새가 그리운 판국에 갑자기 시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남편은 효도를 핑계로 시묘살이에 들어갔지요. 3년간 시아버지 묘소 옆에서 산소를 돌보는 남편을 보면서 당신은 원망어린 시선을 보냈고 말야. 결국 당신은 남편 대신 새로운 남자를 찾았지… 그게 바로 떡쇠였던 것입니다. 남편대신 힘세고 기운 좋은 떡쇠를 만나 정분을 나누던 당신… 그런데, 남편이 시묘살이를 마치고 집에 다시 돌아오자, 떡쇠와 더 이상 ‘뿅뿅’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고, 결국 당신은 김진사를 죽이기로 결심을 한 것이야! 결국 남편을 흔적 없이 독살시키고, 마치 자살것 처럼 위장하려 했지… 그러나 독약을 먹은 김 진사가 버둥거리며 당신을 잡아챘어! 당신도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김진사를 밀어냈고, 그때 김 진사의 몸에 여자의 손톱자국이 난 것이야. 범인은 바로 당신이었소. 당신은 남편을 독살하였고, 그 사체를 떡쇠 손을 빌어 자살한 것인냥 밧줄에 메달아 놓은 것이었어!”

중년탐정 김점일의 사건 해설에 안뜰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다들 입을 벌린 채 할말을 잊었는 데,

“그래! 남자가 생각나서 그랬다! 네들은 밥만 먹고 사냐? 밥만 먹고 살어? 나도 여자로써 한번 남편사랑 받으면서 살고 싶었다고… 흑흑”

“사건은 해결 됐군… 어이 형방, 떡쇠랑 최씨 부인을 하옥하고, 오작 너는 시장(屍帳 : 검시 결과를 기록한 장부) 만들어서 도에 보고해라. 후딱 복검(覆檢)할 팀 보내라고 그러고, 알았지?”

이렇게 하여 중년탐정 김점일의 사건수첩은 일단락되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조선시대에도 나름대로 체계적인 과학수사와 시체 검시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부분이었다. 실제로 조선시대 검시는 상당히 비과학적이었다. 친자확인을 위해선 부모의 뼈에 자식의 피를 떨어뜨려 피가 흡수되면 친자이고, 아니면 친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부검을 하지 못하게 하는 통에 심층적인 검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부분은, 조선의 검시제도가 복검제(覆檢制)로서 관할 구역 내 살인사건이 터지면 고을수령이 한번 초검을 하고, 뒤이어 이 고을과 상관없는 고을에서 사람이 와 다시 한번 검시를 하는 체제였다는 것이다.(이때 복검을 맡은 사람들은 초검시의 기록을 보지 못하게 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초검에, 복검, 잘하면 삼검(三檢)까지 했었던 것은 그만큼 검시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억울한 일이 없게 하겠다면서 신주무원록, 증수무원록 같은 법의학 관련 책을 만들어 냈지만, 조선시대에 과학수사의 길은 멀고도 먼 이야기였던 것이다.

출처 : 황소걸음
글쓴이 : 牛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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