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술 - 문정희

여여니(여연) 2007. 11. 5. 04:30

 

    술 (酒)

    술이 나를 찾아오지 않아
    오늘은 내가 그를 찾아간다

    술 한번 텄다 하면 석 달 열흘
    세상 곡기 다 끊어버리고
    술만 마시다가
    검불처럼 떠나가버린 아버지의 딸

    오늘은 술병 속에 살고 있는 광마를 타고
    악마의 노래를 훔치러 간다

    그러나 네가 내 가슴에 부은 것은
    술이 아니라 불이었던가
    벌써 나는 활 활 활화산이다

    사방에 까맣게 탄 화산재를 보아라
    죽어 넘어진 새와 나무들 사이로
    몸서리치며 나는 질주한다

    어디를 돌아봐도 혼자뿐인 날
    절벽 앞에 술잔을 놓고
    나는 악마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댄다

    으흐흐!
    세상이 이토록 쉬울 줄이야...


    글(詩) : 문정희

 

      *나온데: 국정브리핑블로그 달빛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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