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口卒啄同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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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에서 줄탁의 인연이란 말씀을 하셨길래 곱씹어 보는 의미에서 사족을 달아 봅니다. 줄탁이란 말을 "아하 그렇구나"하고만 여기다가 올초에 두자를 덧붙인 "줄탁동시"를 알고 무릎을 탁치며 "이렇게 멋진 말이~" 바로 행동으로 옮겨 오랫동안 장농 위에서 먼지만 먹고있던 엄나무 판을 내려 글씨를 쓰고 서각을 하여 벽에 걸었답니다. 몇해전 언젠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인생에 최고의 행운"이란 말씀을 드린 기억이 납니다.
무릎을 쳤던 줄탁동시(口卒啄同時)의 내용을 옮겨보면 어미가 품은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세상 구경을 위해 껍질을 안에서 쪼는 것을「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탁」이라 한다. 안팎의 두 존재의 힘이 함께 알 껍질에 작용할 때 비로소 병아리는 온전한 생명체로 이 세상에 태어나며, 모든 생명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스승은 제자를 위하여 끊임없이 보살펴서 그 근기가 무르익었을 때 깨달음의 길로 “탁”을 해 줄 수 있는 안목과 지도가 절실히 요망되고, 제자 또한 스승을 존경하고 학업과 인격도야에 전념하여 언제라도 “줄” 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구비해야 한다. 스승과 제자의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결국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매력적인 이치가 아닐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夫婦)가「줄탁동시」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師弟)가「줄탁동시」의 노력을 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勞使)가「줄탁동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또한 국가의 번영이나 남북관계 그리고 국제관계에도「줄탁동시」의 이치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할 때 성공과 발전이라는 열매가 열리는 것이다. “줄탁동시”를 이루어 내기 위한 조건 1. 「내가 먼저 변화하기」 상대로부터 화답이라는 선물을 받으려면 고뇌와 헌신이 듬뿍 담긴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기뻐할 일을 만들어 내야한다. 가정이라면 배우자가 기뻐할 일을 준비하여야 하고 기업이라면 새로운 혁신가치를 먼저 만들어 내야 시장의 열광이 따르는 것이다. 2. 「경청」 어미닭이 아기 병아리가 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알려면 또 어느 부위를 두드릴 것인지를 먼저 시그널(signal)을 잘 듣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병아리에게 필살의 도움을 줄 수가 있고, 함께 기쁨을 만들 수 있다. 가족의 소리, 고객의 소리,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위대함이란 없다. 3. 「타이밍」 좋은 변화와 혁신에도 상대방이 갈망하고 있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일은 낭패를 본다. 4.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나의 노력이 항상 인정을 받아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의 안쪽을 쪼았다고 반드시 상대방이 바깥쪽을 쪼아주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경우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상대방의 묵묵부답으로 온갖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줄탁동시」의 묘는 기다림에 있다. 고객과 함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만들기 위해 늘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과 밖, 명과 암, 나와 너… *** <옮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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