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같은 전주국제영화제를 보다
여성감독 작품, 한국인권영화 등 선보여
[프로메테우스
정유민 기자] 전국적으로 이른 무더위가 몰아쳤지만 지금 그 어느 곳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곳이 있다. 지금 ‘전주’는 전주풍납제,
전주대사습놀이, 전주종이문화축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전주를 대표하는 4대 축제가 동시에 열려 도시 전체가 축제 열기로 가득 싸여 있다. 특히
지난 4월 28일부터 열린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자리 잡으며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총 176편의 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객들을 맞고 있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 아래 ‘소통하며 빚어내는 전주의 비빔밥 같은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소통하며
빚어내는 비빔밥, 전주국제영화제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이례적으로 ‘디지털 삼인삼색’이 선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적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 세계 영화감독들 중 매년 선정된 세 명의 감독에게 5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해 각각 30분 분량의 디지털
영화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옴니버스 영화제작 프로젝트로 영화제 초기부터 진행되어 온 것이다.
올해는 <꽃섬>
<거미숲> 등을 연출한 송일곤 감독과 <쌍생아> <철남> 등의 영화로 독창적인 영상세계를 구축한 츠카모토 신야,
<열대병>으로 지난해 태국영화 최초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아핏차풍 위라세타쿤 감독이 선정됐다. 이들 감독은 극명하게 다른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사랑과 기억, 공간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선보였다.
또한 폐막작 역시 그동안의 폐막작 선정 경향을 깨고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가 선정됐다. 남극 정복을 목표로
탐험에 나선 남극 탐험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과 심리를 스크린을 통해 옮겨놓았다. 90여억원의 제작비와
뉴질랜드 로케이션으로 많은 화제를 뿌렸던 상업영화가 대안독립영화의 장을 표방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보다 대중적인 영화제를 만들고자 했던 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284편에 달했던
지난해 상영작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편수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지만 어느해보다 알맹이가 가득한 영화들이 전주의 극장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메인 섹션에 해당하는 <시네마스케이프>에서는 장 뤽 고다르, 아네스 베르다, 잉마르 베르히만, 라스폰 트리에,
요르겐 레스, 구로사와 기요시, 올리버 스톤 등 거장들의 작품과 주목할만한 신인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치지 않는
노장들의 투혼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올해 79세의 여성감독 아네스 베르다의
<시네바르다포토>는 그의 사적인 체험에 기반한 정서적, 지적 사유의 스케치로 사진에 관한 각각 다른 주제의 다큐멘터리 3편을 묶어서
보여준다. 역시 87세의 노장 감독인 잉마르 베르히만은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불완전한 인물들의 강렬한 클로즈업으로 풀어나가는
신작 <사라방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 남미 여성감독 작품 눈에 띄여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확고하게 드러내는 ‘디지털 스펙스럼’과 ‘인디비전’에서는 세계 독립영화와 디지털영화의 경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상영된다. 올해는 특히 러시아, 남미독립영화와 여성감독들의 작품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여성의 눈으로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사회주의의 러시아를 영상으로 담아낸 <추수기>, 여성특유의 섬세함으로 강렬한 카자흐스탄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스키조> 등은 여성감독들의 섬세한 터치를 밀도있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광고문화를 날카롭게 풍자한 다큐멘터리
<체코드림>,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세게 최초의 다큐멘터리 <휴대폰 이야기> 등에서는 인간의 삶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이 그대로 발휘됐다.
지난해 쿠바 특별전에 이어지는 ‘마그렙 특별전’에서는 근래 떠오르는 영화로 부상하고
있는 모로코 영화와 튀니지 영화들이 국내최초로 상영된다. ‘마그렙’은 아랍어로 ‘해가 지는 곳’이라는 뜻으로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을 총칭하는
말이다.
남녀간의 사랑 싸움을 통해 페미니즘적인 풍자를 보여주면서 코믹한 터치를 잃지 않는 <여인들의 속임수>,
희극과 비극의 뒤섞임이 만들어내는 페이소스가 잘 드러난 <천월> 등은 모로코의 정체성이 적절하게 반영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낯설지만 새로운 체험으로 다가올 마그렙 특별전은 이번 영화제에서 놓칠 수 없는 보석이다.
한편 ‘한국영화의 오늘과
내일’에서는 지난 2003년에 개봉된 ‘여섯개의 시선’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영화 <다섯개의 시선>과
<별별이야기>가 이번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특히 <별별이야기>는 일상 속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연령층에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이 영화는 장애인, 외모지상주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사회적 성역할에 대한 문제, 입시위주의 교육에 인권을 박탈당하는 청소년의 모습 등을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오는 6일까지 진행되며 영화상영과 더불어 각종 학술행사와 세미나, 야외공연, 전시회, 벼룩시장 등 부대행사도
영화의 거리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가져온데: http://www.jiff.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