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아늑하면서도 시야 툭터진 부석사무량수전

여여니(여연) 2005. 6. 10. 11:00

 

아늑하면서도 시야 툭터진 부석사무량수전

 

무량수전에 올라와서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눈길이 가는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줄 수 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이게 3년전 수능시험 언어영역에 나왔던 문장입니다.

(*이 글 원문은 학고재 간행 최순우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참고하세요)

 

무량수전이 여러분들이 가서 무량수전 팔작지붕의 기울기가 학이 날갯짓하고 올라가는 그 리드미컬한 것을 보여주고 있고 그리고 여기에 주심포 집으로 해놓은 것이 오직 필요한 것 이상의 군더더기는 하나도 붙여주지 않은 필요미 간결미가 지켜주고 있는 엄숙성. 이것이 이 건축의 요체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축에서 제일 중요한 로케이션이지요. 싸이트이지요. 싸이트에서 자리잡음인데 최순우 선생처럼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섰기 때문에 이 아름다움이 들어오는 것이고 이 시야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무량수전이 이 자리에 세워진 거지요.

 

일본 교토에 가면 ‘기요미즈데라’라고 하는 청수사가 있는데 그 절이 유명한 것은 그 절보다도 그 절에서 내려다보는 교토의 경관 때문에 유명했습니다. 교토의 호텔 50층짜리 짓는 것하고 이 기요미즈데라를 비롯한 교토 사찰하고 싸워서 결국은 15층으로 낮춰 놓았지요. 지금도 교토 같은 곳에 50층을 짓겠다는 문화가 있는데 결국은 싸워서 또 이기는 것이 일본문화입니다. 한편으로는 지어야 된다고 하는 문화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그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지요.

 

간혹 우리 건축을 얘기하면서 스케일을 얘기하는데 부석사보다 더 큰 정원을 갖고 있는 절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저것을 다 자기 정원으로 삼았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이것을 지은 겁니다.

 

경복궁을 보고 자금성의 뭐 뒷간만하다고 얘기하지만 자금성이 어디 북악산, 인왕산 같은 산이 있습니까? 그것을 전제로 해서 지은 것이고 자금성 가 봐요. 처음부터 끝까지 뭐 때문에 갔다 왔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처음에 본거나 끝에 가서 본거나 똑같잖아요.

 

우리가 갖고 있는 산사 중에서 이런 시원한 눈맛을 갖고 있었던 것이 여러 절 가운데 부석사 하나로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됩니다.

 

*나온데 : 유홍준 문화재청문화유산 보는 눈’ (국정브리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문화재청장.

그분의 강연 가운데 ‘산사의 미학―건축’에서

부석사무량수전 부분만을 가려뽑은 겁니다.

국정브리핑에 올라있으니

원문 보실 분은 출처를 클릭하세요.

 

저는 요즘 유홍준,

최순우님 들의 글을 즐겨읽습니다.

이분들 글은

제가 그동안 단순히 신앙대상으로만 여기며

그 참뜻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우리 문화재들 속에서

살아있는 역사의 발자취와

생생한 조상의 숨결을 느끼게 하거든요 

여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