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월운스님 '선문염송·염송설화' 번역출간

여여니(여연) 2005. 5. 27. 14:23

"경 읽으며 밤새는 것도 수행"

 

<조선일보 2005/5/19/목/종교A25면>

 
월운스님, 30년 걸려 '선문염송·염송설화' 번역 출간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 봉선사 월운스님
1400가지 화두의 배경·비평 담아 간화선의 백과사전… 원고지 4만장 蒼天은 哭소리 ‘아이고’로 옮길때도
 

30여 년에 걸쳐 ‘고려대장경’을 번역해 낸 우리 불교계의 대표적 학승(學僧)인 봉선사 조실 월운(77) 스님이 최근 ‘선문염송·염송설화’(전 10권·동국역경원)를 한글로 번역 출간했다. ‘선문염송’은 고려시대 진각국사 혜심 스님이 펴낸 책.

 

중국의 역대 조사들의 1400여 화두에 대해 후대의 고승들이 비평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이며 ‘염송설화’는 혜심 스님의 제자인 각운 스님이 펴낸 주석서. 각각의 화두와 이에 대한 비평이 나오게 된 배경을 해설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간화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번에 번역한 ‘선문염송·염송설화’는 간화선의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불자들이 다만 한 구절이라도 가슴에 새기게 된다면 만족합니다.”

 

스님은 “본디 간화선은 문자에 기대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선조들의 훌륭한 저작을 후대에 전할 수 있는 게 내가 마지막 세대인 것 같다”고 했다. ‘선문염송’은 지난 70년대 중반 번역한 것을 이번에 8년에 걸쳐 ‘염송설화’를 번역하면서 함께 전면 재번역하고 두 책을 합해서 펴냈다. 원고지 4만장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이다.


 

스님은 “1700가지 화두라는 것도 중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며 “예를 들어, 창천(蒼天)이란 말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곡(哭)하는 소리인 ‘아이고’로 옮겨야

 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속담이나 격언 등을 연구하는 일이 특히 어려웠다고 한다.

스님은 특히 이 책에 대해 “똑같은 화두를 놓고도 임제종이나 조동종 등 선불교 종파에 따라 각기 다른 비평과 감상을 내놓는 점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부처님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한 데 대해 파격을 선호하는 임제종에선 “방망이로 때려줘야 한다”고 하는 반면, 조동종은 “가뭄에 검은 구름을 본 듯하다”고 호평하는 등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월운 스님은 경기도 장단 출신으로 1949년 출가해 줄곧 학승의 길을 걸었다. 한때 선승(禪僧)이 되려 했지만, 은사인 운허(耘虛) 스님이 “뒤떨어진 경학을 끌어올리는 것도 부처님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권한 것이 평생의 일이 됐다.


 

“장좌불와(長坐不臥) 용맹정진도 좋지만 경을 읽으며 밤을 패는(새우는) 것도 수행입니다.” 지금도 봉선사에서 후학들에게 암호처럼 쓰인 옛 불경을 해독하고 번역하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는 스님은 자신의 일생을 “고슴도치 오이 따 짊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슴도치가 오이밭을 지나다 욕심이 나서 자신의 등에 있는 가시마다 오이를 끼우고 가려다 깔려 죽는 것과 같다는 말이었다.

스님은 앞으로 고려대장경 번역본의 재정리와 고려대장경 이후에 간행된 불경 번역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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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교과서' 선문염송 8년작업끝 한글 완역

 

<경향신문 2005/5/19/목/문화25면>

 

‘이뭣고’(是甚마), ‘차나 마셔라’(喫茶去), ‘뜰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 ‘삼 세근’(麻三斤)….

 

선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화두들이다. 공안(公案)이라고도 불리는 화두는 불교의 진리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발언이나 조사의 말씀을 뜻한다. 이들 화두에는 옛 선사들이 깨닫게 된 사연들이 격언이나 잠언 형태로 압축돼 있어 담긴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또 불립문자, 교외별전을 강조하는 선가에서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화두에 대한 해설이나 뜻풀이를 삼갔던 것도 화두에의 접근을 어렵게 해왔다.

 

물론 화두에 대한 해설서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공안해설서로는 1125년 중국에서 편찬된 ‘벽암록’이 꼽힌다. ‘벽암록’에는 중국 역대 선사들이 설파한 공안 100칙(則·개)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그러나 불가에서 전하는 화두를 집대성한 책은 ‘선문염송’(禪門拈頌)이다. 고려시대 진각국사 혜심(1178~1234, 호는 무의자)이 선사들의 어록을 참고해 편찬한 이 책에는 흔히 1,700여개로 알려진 화두 가운데 1,463개가 수록돼 있다. 한국은 물론 중국을 통틀어 ‘최대의 공안집’인 셈이다.

이 책에는 석가모니부터 달마대사 14세 법손인 여주 보응성념 선사에 이르는 화두들이 망라돼 있다. 고칙(古則)으로 불리는 조사들의 화두를 싣고, 그에 대한 여러 선사들의 송(頌:화두 속의 사건을 시로 읊는 것)과 상당거화(上堂擧話:화두에 있는 사건을 예를 들어 문답하는 것)를 덧붙여 하나의 화두가 어떻게 전해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각운 스님은 ‘선문염송’에 실린 화두에 대한 뜻풀이, 용어설명, 일화 등 상세한 주석을 붙여 ‘염송설화’라는 이름으로 펴냈다. ‘선문염송’이 화두에 대한 교과서라면 ‘염송설화’는 참고서인 셈이다.

역대 최대 공안집과 그 주석서인 두 책이 원로스님의 각고의 노력 끝에 완역 출간됐다.

최근 ‘선문염송·염송설화’(동국역경원·전10권)을 펴낸 주인공은 동국역경원장으로 역경사업을 이끌고 있는 월운 스님(77·봉선사 조실). 8년간의 작업 끝에 4만장에 이르는 원고를 집필한 월운 스님은 “선문염송은 선불교 여러 종파의 사상이 고루 수록돼 있는 책”이라며 “선종 사상뿐 아니라 동양철학과 심리학 등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간 알려지지 않은 혜심 스님의 게송, 각운 스님의 설화까지 번역돼 불교문화 및 선종사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