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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펜화로 본) 통도사금강계단

여여니(여연) 2005. 7. 6. 09:37

 

[김영택의 펜화로 본 한국] 통도사 금강계단

 

<주간조선 1861호>


석가모니 사리 모신 불교 최고의 성지

금강계단은 돌로 만든 두 줄의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안쪽 울타리는 남쪽에 아치형 문틀에 돌로 된 두 짝의 문을 달았습니다. 문틀에는 용을 새겼고 문짝에는 신장상(神將像)을 조각해 놓았습니다.


불교신자들이 성지순례를 할 때 제일 중요시 하는 곳이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입니다. 양산의 통도사, 인제의 설악산 봉정암,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 영월에 있는 사자산 법흥사,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입니다.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곳인데 황룡사 9층 대탑과 통도사를 세운 자장(慈藏) 스님이 조성하였습니다.

▲ 금강계단

 

이 중 통도사 금강계단(金剛戒壇)이 가장 중요한 보궁으로서 한국 불교의 최고 성지입니다. 정방형의 금강계단은 높이 1.4m의 2층 석조기단 위에 종모양의 사리탑이 모셔져 있습니다. 아래 기단은 가로 9.94m, 세로 9.8m, 높이 1m로 각 면마다 8개의 면석에 보살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위 기단은 가로 7.14m, 세로 7.06m, 높이 0.4m로 면석에는 드문드문 보살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석종 모양의 사리탑은 높이 178.5㎝로 원형 기단과 석종형 탑신부에 상륜부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기단은 지름 156㎝, 높이 22㎝의 복련석(伏蓮石) 위에 비슷한 크기의 앙련석(仰蓮石)을 올려놓았습니다. 모두 8장의 연꽃잎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는데 앙련석 윗면에도 꽃판과 꽃술을 아름답게 꾸민 8장의 연꽃잎이 있습니다.

 

종 모양의 탑신은 구경 84㎝, 높이 134㎝로 남쪽 앞면에 향로, 뒷면에는 위패, 동서 양측에는 천의를 휘날리며 그릇을 받쳐 들고 있는 공양비천상(供養飛天像)이 구름을 타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상륜부는 11개의 연꽃이 이중으로 조각된 위에 막 피어나려는 듯한 연봉이 있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 사리탑

 

사리탑의 네 귀퉁이에는 키가 117㎝인 신장(神將) 네 분이 서서 24시간 불사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좌(臺座)와 광배(光背)가 몸체와 하나의 돌로 만들어진 독특한 모습으로 무기를 들고 엄숙하게 서있습니다.

 

사리탑을 그리느라 여러 날을 금강계단에서 지내며 자세히 살펴보다가 특이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계단 아래 기단석의 다섯 곳에 층계를 설치하였던 흔적을 발견한 것입니다. 남측 기단 두 곳과 나머지 세 면의 가운데 면석이 크기와 조각 솜씨가 다릅니다. 성보박물관 야외에 있는 여러 쌍의 층계 소맷돌과 연관지어 볼 수도 있습니다. 통도사에서는 전면 두 곳에만 층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더군요.

 

사리탑 주위에는 특이한 모양의 석등이 사방에 하나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중 남쪽의 석등이 높이 340㎝로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대웅전 지붕 모양과 같은 ‘丁’자형 지붕돌을 갖추고 있습니다. 4개의 등 모두 기단 갑석인 앙련석에 부처, 연꽃, 연봉 등이 소박한 솜씨로 조각되어 있어 정이 갑니다. 불을 밝히는 화사석은 사각 돌기둥 네 개로 대신 하였고 한옥 모양의 지붕돌에는 연봉이 조각된 긴 상륜부를 올려놓았습니다.

 

불상 모시지 않은 대웅전 유명

금강계단은 돌로 만든 두 줄의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안쪽 울타리는 남쪽에 아치형 문틀에 돌로 된 두 짝의 문을 달았습니다. 문틀에는 용을 새겼고 문짝에는 신장상(神將像)을 조각해놓았습니다. 문틀 좌우와 울타리의 모서리에 사각 기둥을 세웠습니다. 기둥 사이에는 연봉 묶음 형태의 돌 위에 난간을 얹었습니다.

 

일제시대에 찍은 사진을 보니 처음에는 돌기둥 사이에 쇠 울타리를 둘렀던 모양입니다. 녹이 슬어 철거한 후 돌난간을 세우고 아치형 문틀과 석문을 설치하였을 것이고요. 이 안쪽의 울타리는 일제시대에 설치한 시설로 끝이 뾰족한 사각 기둥들이 일본의 병영 기둥을 연상시킵니다. 꼭 제거되어야 합니다. 바깥 울타리는 해방된 후에 우리 식으로 만든 것입니다.


금강계단 바깥 축대와 울타리도 일제 때 설치한 것으로 보기 흉하였는데 얼마 전 조선식 축대와 돌담에 한옥 문으로 바꾸었습니다. 옛 사진을 참고하여 복원한 것입니다. 금강계단 북쪽 담 뒤에 크게 자랐던 전나무도 베어버려 잘생긴 소나무의 늠름한 모습이 산뜻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본 그림은 그 전에 그린 것이어서 전나무가 그대로 있습니다. 직접 찾아가 바뀐 모습을 보세요.

 

탑돌이란 부처님의 무덤을 돌며 기도를 하는 예불행위입니다. 한국 최고의 탑돌이 장소로는 단연 통도사 금강계단이지요. 그러나 금강계단은 아무 때나 탑돌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매월 초하루와 석가탄신일, 개산대제 등 특별한 날에만 개방합니다.

 

통도사 대웅전은 불상을 모시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뒤편에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기 때문이지요. 대웅전은 건물 두 채를 붙여지은 모양이며 지붕은 ‘丁’자형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지붕 중심에 여느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청동 찰간(刹竿)이 있습니다. 큰 절을 표시할 때 설치하는 것이랍니다.


기단석의 면석에 목단과 국화 등 꽃송이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계단 소맷돌에도 줄기가 달린 꽃을 화려하게 치장하였습니다. 동쪽의 계단은 남쪽보다 넓은데 중심부에 연판(蓮瓣)이 조각된 등형을 설치하였습니다. 궁궐 계단의 답도와 비슷한 것으로 큰 절의 대웅전에서만 간혹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기단은 신라 선덕여왕 15년(646) 자장 스님이 통도사를 세울 때 설치한 것이라는 분과 고려 때 만든 것이라는 분이 있습니다만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조선 인조 22년(1644)에 중건된 건물보다는 오래된 것이 확실합니다. 다만 크기와 모양이 다른 부재들이 뒤섞여 있어 여러 번 고쳐 지은 것은 확실합니다.

 

지붕에는 조선시대에 만든 철제기와와 청동기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수막새가 떨어지지 않도록 방초정이라는 긴 쇠못을 박고 그 못대가리가 녹슬지 않도록 백자 연봉을 올려 놓았습니다. 귀중한 건물에만 적용하는 고급 건축 장치입니다.

 

화려한 꽃무늬 단청 일품

동쪽의 창에는 꽃무늬가 화려합니다. 단청이 지워진 꽃들은 기품이 있습니다. 내부 천장은 소란반자인데 중심 부분을 높여서 국화와 목단꽃을 조각하여 화려하게 치장을 하였습니다. 부처님을 모시지 않은 불단은 삼단으로 만들었는데 각종 화초 사이로 게, 개구리, 물고기, 거북이, 학, 봉황, 용, 기린이 노닙니다. 그 중 여자 얼굴을 한 물고기가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조각입니다. 국보 제290호인 대웅전에 걸맞은 훌륭한 솜씨로 만든 불단입니다.

 

많은 절을 찾아다니다 보면 주지스님의 성향에 따라 제대로 가꾸어지는 절과 이상하게 변하는 절을 보게 됩니다. 통도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불가의 종가답게 여러 법당이 품위 있게 유지되고 있으며 잘못 지어진 부분이 하나하나 개선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그림ㆍ글ㆍ사진=김영택 펜화가(honginart@hanmail.net)

▲ 대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