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과일속 하트 -안도현

여여니(여연) 2005. 7. 20. 17:41

 

과일 속의 하트

 

신영복이라는 이름, 한 시대의 신화였지요. 그이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간 감옥 생활을 한 선생의 옥중 편지 모음입니다. 저는 1988년에 나온 초판을 가지고 있는데, 출간 후 여러 쇄를 거듭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책입니다. 선생이 감옥 안에 있는 동안, 편지는 탈옥수였습니다. 비록 ‘검열필’ 도장이 찍혀 있었겠지만, 그것을 전해 받은 가족들에게는 한 장 한 장이 선생의 체취였고, 선생의 발자국 소리였을 것입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가운데 씨가 박혀서 좀처럼 쪼개질 것 같지 않은 복숭아도 열 손가락 잘 정돈해서 갈라 쥐고 단호하게 힘을 주면 짝하고 정확히 절반으로 쪼개지면서 가슴을 내보입니다.
‘하트’―복판에 도인(桃仁)을 안은 ‘사랑의 마크’가 선명합니다. ‘사랑은 나누는 것’, 복숭아를 나누고, 부채 바람을 나누고, 접견물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고…….
26일자 편지와 돈 잘 받았습니다.
복숭아 사서 나누어 먹겠습니다.

복숭아를 쪼개면서 ‘하트’를 발견하는 눈이 신선하지 않습니까? 모든 과일은 이렇듯 하트를 품고 있습니다. 한 알의 과일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두 쪽의 사랑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도인(桃仁)이란, 복숭아씨의 알맹이를 말합니다.

 

등록일 : 2005.07.20

*나온데: 안도현의 아침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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