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여름휴가-유상연

여여니(여연) 2005. 7. 22. 16:26

 

여름휴가

 

 

휴가를 영어로 vacation이라고 한다.


비운다(to vacate)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이다. 휴가라는 것은 텅비움이다. 태산이 무너져도 휴가를 빠짐없이 챙긴다는 프랑스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바캉스'란 말도 사실은 빈 공백을 의미한다. 노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순간에 쉼표 혹은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다음 주부터 도시의 밝은 불빛 그리고 콘크리트 공간에서 탈출하는 행렬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여름 어디에선가 바닥에 누워 밤하늘 별을 바라보게 될 이들 가족들에게 지구촌 한 쪽에서 일어났던 이 이야기 한토막을 들려주고 싶다.

그들은 밤이되면 너무 어두워서 달리 할 것이 없었다.
이럴 땐 모든 사람들은 매일 밤 모닥불 주위에 빙 둘러 앉아서 노인네들로부터 부족의 전설이나 전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전해주고...

 

어느날 수천년의 생명을 이어오던 역사와 문화가 사라졌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렸고, 부족의 자긍심도 잃어버렸다. 원인은 뜻밖에도 전기였다. 전구에 불이 켜진 그날부터 모닥불 주위에 모이는 일이 없어졌다. 가족끼리 친한 친구끼리만 모여 전깃불을 밝혔다. 누군가 말했다.

‘모닥불’이 그립다.

유상연의 아침엽서(2005.7.19. 국정브리핑)에 나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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