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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사찰 타이완 불광산사를 가다

여여니(여연) 2005. 7. 26. 13:35


‘세계 최대사찰’ 타이완 불광산사를 가다

 

<한겨레 2005/7/26/화>

 

‘대중불교’ 서비스현장에 눈이 번쩍

 

▲ 포광샨스의 대웅전에서 ‘한국 불교 방문단’을 환영하기 위해 정열한 불광산사

   승려들에게 법장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충격이었다. 신자 100만여명, 타이완(대만)을 비롯한 전 세계에 160개의 말사 및 포교당,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라이대를 비롯한 3개의 대학, 26개국에 송출하는 포광위성텔레비전방송국, 일간신문….

불광산사는 ‘세계 최대’ 사찰이었다. 그러나 그 규모만이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기다리는 불교’가 아니라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불교’가 되기 위한 불광인들의 서비스정신과 편리한 시스템이야말로 한국불교인들에겐 태풍과 같은 충격이었다.

 

법장스님 등 30명 초청방문

지난 19~22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을 비롯한 30명이 대만을 찾았다. 지난해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불광산사 설립자 싱윈(성운) 스님(78)이 이들을 초청한 것이다. 방문단엔 총무원 사회부장 정념 스님과 문화부장 탁연 스님 등 총무원 및 포교원 간부들과 종회의원, 비구니회 간부들 뿐 아니라 고운사 주지 혜승 스님, 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 대흥사 주지 몽산 스님, 직지사 주지 성웅 스님 등 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이 포함됐다. 방문단은 3일 내내 불광산사 본사 및 말사에서 숙식한 채 빽빽한 견학 일정을 소화하며, 불광산사의 ‘대중 불교’ 현장에 눈과 귀를 열었다.

 

대만에 불어 닥친 태풍으로 인해 포광대학으로 가는 길이 끊겨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진광밍스로 향했다. 경치 좋은 산간지대 소도시의 5천평에 5년 전 궁전식 건축으로 지은 도량이다. 주 5일 근무에 대비해 타이베이 시민들이 주말에 쉬며 주말불교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설립했다고 한다. 공항에서부터 불광산사의 유니폼인 검정색 중국 전통 복장을 한 불자 수백명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마치 국빈처럼 방문객을 환영하더니, 그 열기는 이곳에서도 여전하다.

 

우리나라 반가사유상을 본뜬 듯한 불상이 반기는 도량에 들어서니 사찰보다는 호텔 같은 인상이다. 거대한 옥불상을 모신 대웅전을 중심으로 5층짜리 건물이 에워싸고 있다. 300명이 잘 수 있는 호텔급 객실과 1500명이 들어가는 최신 회의장, 30여개의 교실들이다. 주지는 40대 초반의 비구니 스님이다. 다음날 방문한 타이베이 중심가에 빌딩에 있는 타이베이도량 주지나 불광산사 본사 주지도 40대 초반이다. 법납보다는 자비심과 능력을 보고 대중들이 젊은 주지를 뽑았다고 한다.

 

타이완 남부 가오슝에 위치한 불광산사 본사에선 승복을 입은 800여명의 승려와 법복을 입은 500여명의 법사 등 1300여명이 도열한 가운데를, 어린이 악단이 방문단을 이끌고 지난다. 장엄한 환영이다.

 

3천명이 동시에 공양할 수 있는 식당과 미술관, 전시실, 크고 작은 공연장, 회의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을 볼 때마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웃음을 보내며, 늘 봉사하는 자세로 다가서는 이 절의 승려들과 재가봉사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말 없이 마당을 쓸거나 공양간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지가 우리 돈으로 한 달에 3만5천원을 받을 정도로 무소유의 삶을 살며, 언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세계의 포교당과 자선기관으로 달려 나간다.

 

거대한 규모 호텔같은 도량

‘대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불교지도자 싱윈 스님은 노구의 몸에도 직접 즐거운 공양시간을 이끌고, 회의실에서 한국·타이완 불교 교류의 장을 이끈다. 그는 “불광산사는 생긴 지 불과 40년밖에 안됐지만, 한국불교는 17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한국스님들은 금강 같은 수행력을 지닌 대만 불교의 형님”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미국의 한국선불교 포교 현장을 둘러본 데 이어 불광산사를 둘러보고 한국불교의 대중화를 모색 중인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한국불교의 생활화, 대중화가 구두선화한 면이 적지 않다”면서 “고인 물처럼 무엇이든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기에 불교도 변신을 시도해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자들과 사미(니)승들에게 승려로서 기본 교육과 어학교육을 강화하고, 포교사단을 정비하고, 충남 마곡사 옆에 짓고 있는 한국불교문화지원센터 등을 활용해 한국의 선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만/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