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요즘 힘들지요-유상연

여여니(여연) 2005. 10. 6. 09:45

 

요즘 힘들지요

'요즘 힘들지요?'
택시를 타면 의례 이렇게 묻는다. 이 한마디는 택시 안을 활기로 가득 채운다. 이틀에 한번 꼴로 밤샘을 하는 2교대의 회사택시나 다소 느긋한 개인택시 할 것 없이 대부분의 기사들은 요즘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대해 자신과 동료들의 의견을 더해가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법원, 술집 등에서 탄 특이한 손님들에 얽힌 이야기까지 나오면 '세상사가 새삼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정치인들도 밑바닥 인심을 알기 위해 택시를 탄다고 할까? 나도 사회부 기자시절엔 이슈가 될만한 ‘꺼리’를 찾기 위해 이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말동무를 하는 재미에 묻는다.

며칠 전에도 10분 정도의 거리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쉰이 넘은 여자 분이 운전자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야간운행을 마치고 아침에 잠자리에 들 때는 소주 한두 잔은 꼭 걸쳐야 한다'며 ‘택시운전 생활 몇 년 만에 주량이 많이 늘었다’는 그녀의 말에 택시운전이 녹록하지 않은 직업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싱글벙글 웃는 그 기사 '아줌마'의 이 말이 지금도 귓전에 남아있다.

"힘들면 어떻게 일을 하나요? 보람으로 알지요"

 

*나온데 : 2005.10.06  유상연의 아침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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