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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유상연

여여니(여연) 2006. 2. 21. 16:42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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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와 '지금부터'

프로골퍼를 꿈꾸다가 진로를 바꾸려는 아이를 만났다.
지난 1년간 골프채를 쳐다보지도 않고 공부를 한 결과 어느 정도 기초를 다졌고 수학, 과학, 영어 공부에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보였다. 이제 사립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성적이었다. 성적표는 '양'과 '가'들의 잔치였다. 자신감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과거가 족쇄였다. 이런 성적표로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다행히 지원서에 에세이란이 있기에,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히말라야 고산족들이 소나 양의 값을 매기는 기준이 재미있다. 무게를 따지거나 겉모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짐승의 버릇을 보고 값을 정한다는 것이다. 풀을 먹을 때 아래서부터 위로 오르며 먹는 짐승의 값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풀을 뜯어먹는 짐승의 값보다 높다. 온통 벼랑뿐인 히말라야에서 안이한 하향 습성에 길들여지면 풀 없는 저지대에서는 곧 죽게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다.

*나온데 : 2006.2.21  유상연의 아침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