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아, 오월 -안도현

여여니(여연) 2006. 5. 3. 10:28

 

아, 오월

image

파란불이 켜졌다
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횡단보도 흑백 건반 탕탕 퉁기며
오월이 종종걸음으로 건너오면

아, 천지사방 출렁이는
금빛 노래 초록 물결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
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



김영무 시인의 시다. 초록의 계절을 맞이하는 마음의 발랄함이 마구 통통 튀어 오른다. 아으! 남성인 나도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몇 줄 안 되는 시가 어째서 이렇게 선연한 그림을 그리는가? 우선 매행마다 된소리와 거센소리가 배치되어 있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들이 느긋해질 틈을 남겨 놓지 않는다. 게다가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눈부실 정도로 잘 비벼져 있다.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는 그 중 단연 압권이다. 그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소리의 짜릿함을 모른다. 당연히 고향도 모른다.

 

*나온데 : 2006.5.2 안도현의 아침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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