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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깜빡 깜빡` 직장인들 `디지털 치매`에 몸서리

여여니(여연) 2007. 6. 11. 11:51
'깜빡 깜빡' 직장인들 '디지털 치매'에 몸서리

로펌(법률회사)에 다니는 변호사 이모(31·서울)씨는 디지털 기기로 무장해 있다. 업무량이 많고 복잡하다 보니 노트북 컴퓨터는 물론, 무선인터넷이 되는 3G 휴대폰, PDA(개인 휴대 단말기) 등을 이용해 업무 스케줄, 약속, 전화번호, 고객 등을 관리한다. 그러나 이씨는 과거 다이어리나 수첩을 이용했을 때보다 기억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씨는 “특히 전화번호나 숫자, 사람 이름 등을 까먹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얼마 전엔 일을 끝내고 머리가 멍해진 채 차를 몰고 귀가했는데 과거 이사 가기 전에 살던 집에 가 있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건망증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뇌 질환 같은 질병이 아니어서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돌아왔다.

멀티미디어 시대, 머리에 담아야 할 정보량이 폭증한 데다 각종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두뇌의 기억능력이 나빠져 뭔가를 자주 잊어버리는 20~3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증세가 심해져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자 의학계에선 ‘디지털 치매(癡?)’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를 자주 활용하는 도시 샐러리맨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겪는 일종의 건망증으로, 불면증·두통처럼 현대인에게 흔한 증상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디지털 치매’에 걸리는 젊은이들

건설회사에 다니는 공모(32·서울)씨는 요즘 중요한 일을 깜빡깜빡 잊어버린다. 얼마 전, 직장 상사로부터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문의를 받고는 “제가 그 프로젝트를 했었나요?”라고 되물었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공씨는 휴대폰이나 지갑을 자꾸 버스나 사무실에 놔두고 잊어버리자, 아예 지갑·휴대폰·열쇠·수첩 등 소지품을 통째로 넣어두는 작은 가방을 갖고 다닌다. 공씨도 PDA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애용해왔다.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들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디지털 치매 문제로 상담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젊은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건망증 상담을 받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이들의 증상은 주로 뇌 이상보다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취업 포털 인크루트( www. incruit.com)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직장인 20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281명(63%)이 건망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직장인 중 60% 이상이 건망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망증을 겪는 이유에 대해 이들 중 261명(20.4%)은 ‘휴대폰·PC 등 직접 기억할 필요가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두뇌의 기억능력 위협하는 디지털 기기

버튼 하나로 기억력과 사고능력을 대신해주는 디지털 장비들이 ‘기억하려는 노력과 습관’을 필요 없게 만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윤세창 교수는 “기억 대신 검색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검색에 필요한 뇌기능은 발달하지만, 두뇌의 기억 용량은 감소하게 된다”며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기억력이 쇠퇴한다”고 지적했다.

사람의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주로 담당하는데,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의 위축을 가져오고 기억 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한 술과 담배가 겹칠 경우 디지털 치매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디지털 치매 완화하려면

디지털 치매에서 벗어나려면 적절한 휴식과 기억력을 키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강동성심병원 연병길 교수는 “디지털 치매는 뇌 질환이 아니라, 정보 과다로 인해 뇌가 주변 정보를 자꾸 밀어내는 현상”이라며 “마음을 편히 먹고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사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윤세창 교수는 “전화번호, 이름, 물건의 명칭, 시구, 성전의 구절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내용을 가능한 한 많이 암기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능하면 손으로 쓰고, 직접 계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건망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처 : 보산원초등학교
글쓴이 : 이현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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