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뉴시스 윤주애기자 2007.6.23】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졸음. 만약 사무실이나 방에 있다면 찬물로 세수라도 하겠지만, 흔들리는 지하철, 버스에서는 ‘껌’만으로 졸음을 쫓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간간히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으며 팔짱을 끼고 졸았던 경험, 누구나 한 두 번은 경험했을 법하다. 호시탐탐 앉을 자리를 물색하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지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한증막에 들어갔다 나온 듯 땀을 흘리고 난 뒤 피로감은 지하철, 버스 안에서 정신없이 졸게 만들며 그 위력을 과시한다.
유독 팔짱만 끼면 잠이 잘 온다는 A씨 역시 그런 케이스. A씨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실외와 달리 선선한 좌석버스에 탈 때마다 팔짱을 끼고 단잠에 빠져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주변에 A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팔짱을 끼고 잠을 잔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양손을 다리 위에 포개고 자거나 두 손을 그냥 늘어뜨리고 잘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하철, 버스, 택시, 기차 등에서 자리에 앉아 팔짱을 끼거나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자는 사람을 쉽게 발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구한의대학교 부속 대구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대규 교수는 “사람의 체질 중 음적인 사람의 경우 팔짱을 끼는 것이 편안해져 잠을 잘 자게 된다”고 말한다.
즉 양적인 사람은 손발이 활발해 자신이 주도하는 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어 의존적인 성격의 ‘팔짱’을 잘 끼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움직이는 지하철, 버스 등에서 부득이하게 졸더라도 팔짱을 끼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와 반대로 음적인 사람인 소음인, 태음인은 자기 혼자만의 결정보다 타인의 의견을 고려하는 성향이 있다.
생각하는 횟수와 시간이 길어져 팔짱을 끼며 고심하는 습관이 생기고 이것은 곧 심리적인 안정감을 만들어 타인에게 노출된 공간에서도 잘 수 있게 만든다.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강시현 전문의는 “팔짱을 끼면 피부가 겹쳐져 다른 사람과 포옹하는 것처럼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두 손을 가리는 팔짱은 안정감, 편안함을 만들어 졸음에 쉽게 응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두 팔로 가슴을 감싸는 팔짱은 ‘심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정대규 교수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을 팔짱으로 가렸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에 노출돼 위험할 수 있는 몸을 ‘보호’하면서 급안정된 상태가 된다”며 “평소에 안들렸던 심장이 뛰는 규칙적인 리듬도 팔짱을 끼면 쉽게 느낄 수 있어 잠을 자기에 편해진다”고 분석한다.
팔짱을 끼는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하철의 경우 비좁은 자리에 앉다보면 옆 사람과 팔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팔짱을 껴서 타인의 움직임에 방해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대표적이다. 최근 땀, 몸의 열기 등으로 살을 맞대는 자세는 서로가 피하는 추세다.
여자들의 팔짱은 날씨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중요한 가슴을 타인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방어적인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종종 ‘새침해 보인다’, ‘접근하기 힘들다’는 등 오해를 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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