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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최고의 날-국제공인견 등극

여여니(여연) 2005. 7. 13. 17:10

 

진돗개 최고의 날-국제공인견 등극
세계애견연맹, 10년간 평가한 끝에 공인견 자격 부여
진돗개에게 기쁜 날이 왔다. 진돗개를 아끼는 애견가들에게도 기쁜 날이 왔다. 지난 7월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애견연맹(FCI) 총회는 진돗개를 세계 공인견으로 최종 승인한 것이다. FCI는 95년에 가등록된 진돗개를 10년 동안 살피며 면밀히 평가한 끝에 품종의 우수성과 혈통의 순수성을 인정해 까다롭기 그지없는 공인견 자격을 부여했다. 진돗개는 이제 한국의 명견에서 세계의 명견으로 이름을 드날릴 수 있는 관문을 통과했다.  


정치, 북핵, 부동산폭등 등 번다한 뉴스에 치어 잘 보도되지 않았지만, 진돗개의 영광은 올림픽 금메달 못지않은 국가적 영예에 해당한다. 천연기념물 53호이기도 한 진돗개는 이번 FCI 공인견이 됨으로써 우리나라를 명견보유국으로 격상시켰다. FCI 공인견 등록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세퍼드, 도베르만 등을 FCI에 등록시킨 후 애견 수출로만 연간 2조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의 진돗개도 FCI가 인정하는 국제공인혈통서를 매개로 세계 곳곳에서 애견가의 사랑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런 뜻에서 진돗개의 우수성, 특히 충성심과 귀소성을 입증하는 실화를 소개한다.

한번 정 주면 죽을 때까지 못잊는 진돗개

진돗개의 고향인 전라남도 진도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 육지와 연륙교가 놓이기 전인 옛날 이 섬에서 육지로 진돗개 한 마리가 팔려갔다. 그 진돗개가 몰래 도망쳐 수백 리를 걸어온 다음 다시 바다를 헤엄쳐 진도의 주인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동화 <돌아온 진돗개 백구>(송재찬 지음)에는 이 진돗개의 후손들이 등장한다.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엄마 진돗개가 아기 진돗개를 가르친다.

“우리 조상 중에 진도를 떠나 뭍으로 팔려간 할머니가 있었지. 진도에서 해남으로 팔려 간 그 할머니는 끝내 새 주인 밑에 있지 않고 바다를 헤엄쳐 진도로 돌아왔단다.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지. 역시 진돗개는 다르다고 진도가 떠들썩했어.”
“바다? 바다가 뭐예요? 엄마.”
“바다는 끝없이 넓고 푸른 물이지.”
“끝없이 푸른 물이라구요?”
엄마의 얘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너희들은 진돗개 중에서도 뼈대 있는 할머니의 후손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나는 새끼였을 때부터 이 집에서 살아왔다만 나도 팔려 갔다면 끝까지 이 집으로 돌아왔을 게다. 바다를 헤엄쳐 돌아온 너희 할머니처럼 말이다.”
나는 엄마의 그 진지한 이야기를 내 마음 깊은 곳에 간직했습니다. ‘나도 팔려 갔다면 끝까지 돌아왔을 게다. 바다를 헤엄쳐 돌아온 너희 할머니처럼….’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진돗개의 특징인 충성심과 귀소성을 잘 나타낸 동화의 한 장면이다. 진돗개는 한 번 주인을 정하면 잊거나 배반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기르지 않고 성견을 사다가 기르면 친해지기 어려운 것도 진돗개는 한 번 정한 주인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팔려가도 옛 주인을 못잊어 돌아가려는 귀소성이 매우 강하다.

300km를 달려 되돌아온 백구를 어루만지는 박 할머니의 동상.

동화 <돌아온 진돗개 백구>도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이 동화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가슴 깊이 간직했던 아기 진돗개 백구’는 실제로 성견이 된 다음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일을 벌였다. 1993년 대전에 사는 애견가에게 팔려간 백구는 7개월이 지난 같은 해 10월에 3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 고향집이 있는 진도로 돌아왔다.

후일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대전의 새 주인집에서 도망친 뒤 두 달 만에 진도에 이르렀다. 탈진한 모습으로 돌아와 진도군 의신면 돈지마을에 사는 옛 주인 박복단 할머니 품에 뛰어든 것이다. 이 돌아온 백구는 큰 화제가 되었고 광고모델이 되어 텔레비전에 등장하기도 했다. 백구는 할머니와 살다가 열네 살이 되던 2000년에 숨을 거뒀다. 진도 마을에는 이 백구를 기린 동상 ‘돌아온 백구상’이 건립되어 있다.

잃어버린 의로운 개 ‘오수견’

진돗개는 영리함, 충성심, 용맹성에서 세계 어린이들이 감동하는 소설 <프란다스의 개>(1871년 벨기에, 마리 루이사 지음)에 나오는 충견 파트라슈를 훨씬 능가한다. 버려진 개 파트라슈는 자신을 구해준 소년 네로의 친구가 되어 그에게 충성을 다하다가 함께 죽는다. 그러나 돌아온 백구에서 보듯이 진돗개는 자신을 팔아넘긴 옛주인을 끝까지 잊지 않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돌아온다. 살림형편이 어려워 자기를 팔  수밖에 없는 가난한 주인의 심정을 이해하고 목숨을 다해 그를 지키려는 일념으로.

옛날 우리나라에는 진돗개 말고도 아주 충직스런 품종의 개들이 적지 않았다. 제대로 혈통관리를 못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지 못해서 잡종견으로 변하거나 아예 사라진 품종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아까운 품종이 오수견(獒樹犬)이 아닌가 싶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 가면, 의로운 개를 기린 의견비(義犬碑)가 서 있다. 개 한 마리 때문에 ‘거령’이라는 지명이 개나무골을 뜻하는 ‘오수’로 바뀐 사연은 다음과 같다.

“1천년전 거령현(지금의 임실군)에 사는 김개인은 개를 한 마리 기르고 있었다. 하루는 이웃마을 잔칫집에 갔다가 늦도록 술을 마시고 밤이 깊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둑에서 잠시 쉬다가 잠이 들었는데 물고 있던 담뱃대에서 불똥이 떨어져 마른 잔디에 불길이 번졌다. 개가 주인을 흔들고 짖으며 깨웠으나 곯아떨어진 주인은 꼼짝을 안했다.

한참이 지난 후 한기를 느낀 김개인이 깨어 보니 주위의 풀밭은 탔는데, 자신이 누웠던 곳만은 멀쩡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자신의 개가 죽어 있었다. 주인을 구하기 위해 개는 물로 뛰어들어 온 몸을 적신 후 주인의 주변에 물뿌리기를 계속하며 불길을 막다가 주인을 살리고 자신은 불에 타 죽었던 것이다. 이에 김개인은 크게 통곡하며 개의 무덤을 만들고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지팡이에서 싹이 나와 큰 나무가 되었다. 그래서 그 땅을 오수라고 이름지었다.”


고려 고종때 최자가 쓴 <보한집>에 나오는 일화이다. 실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살신보은의 충직함을 보여준 오수견이다. 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오수견은 진돗개와는 전혀 다른 품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수견 품종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살아 있다면 이 또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명견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복원이 가능하다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오수견 품종은 의견비만을 남기고 전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삽살개, 풍산견도 세계적 명견으로 키워나가야

한때 털북숭이 삽살개도 멸종위기에 놓였었다. 일제시대에 일본군의 겨울군복을 만드느라 마구 잡아들여 그렇게 됐다고 했다. 해방후 한국의 고유견인 삽살견은 다행히 이를 아끼는 애견가들의 노력에 의해 제법 개체수가 늘어나 있지만, 아직 널리 보급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또 진돗개와 겨룰 만한 우리나라 명견으로 북한토종 풍산견을 꼽는다. 지금은 남한에도 풍산견을 전문적으로 기르고 품종 관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삽살견도 풍산견도 국제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우수성을 가진 품종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들 품종의 순수성을 잘 보존하면서 널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하는 데 있다.  

진돗개도 마찬가지이다. 혈통관리를 잘못하고 체계 없이 밀반출하다 보면 점차 순종의 특징과 성품을 잃고 말게 될 것이다. 털 빛깔과 무늬에 따라 진돗개는 황구, 백구, 재구, 호구, 네눈박이의 5종류로 구분된다고 한다. 진돗개의 유전학적 특성과 종류를 보다 과학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엄격히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FCI가 진돗개를 세계 명견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국제적으로 진돗개의 우수성을 지켜나가야 하는 건 개의 몫이 아니라 사람들의 몫이다.

*나온데: 2005.7.13. 국정넷포터 이기옥 (artcd55@naver.com)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