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공부는 무슨 공부 -안도현

여여니(여연) 2005. 9. 28. 10:44

 

공부는 무슨 공부

 

어느 절에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절에서 키운 아이였는데 학교라고는 교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터라 스님이 아이를 가르쳐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스님은 한글을 가르치려고 책 한 권을 어렵게 구해 왔는데,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였습니다.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무 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아지랑이 속으로 노랑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따라갑니다.

스님은 이 동시를 아이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내가 읽은 이 글을 듣고 뭐 생각나는 게 없니?”
하지만 아이는 두 눈만 멀뚱거렸습니다. 스님은 다시 운율에 맞춰 동시를 읽어 주고 나서 물었습니다.  
“봄이 되면 산에서 나뭇짐을 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예.”
“그렇지. 진달래를 나뭇짐에 꽂고 내려오는데 무엇이 진달래를 따라 너울너울 날아오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아이가 한참만에 입을 떼었습니다.
“참새요!”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힌 스님이 뭐라고 했을까요?
참으로 입에 담기 거북하지만 이미 알려진 이야기이므로 용기를 내어 쓰겠습니다.

 

스님이 별안간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에라이, 씨발놈아! 공부는 무슨 공부!”
했다는 이야기.

*등록일 : 2005.09.28 안도현의 아침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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