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지하철 놓쳤다면 화두 드세요

여여니(여연) 2006. 3. 28. 12:37

 

지하철을 놓쳤다면 話頭를 드세요

 

[경향신문 2006/3/28]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막 타려고 하는데 문이 닫히면서 출발해버리면 스트레스가 생기고 화가 치밀기도 한다. 오늘 일진이 좋지 않다고 여기면서 자칫 하루종일 찜찜한 기분이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 차를 기다리는 동안 ‘화두(話頭)’를 들어보자. 오히려 수행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면서 편안한 마음이 돌아올 수 있다.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얻기 위한 참선이 불교신자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사찰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참선을 하고 있는 시민들.
하나의 화두를 놓고 끊임없이 의심을 일으켜 깨달음에 이르는 한국불교의 대표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 많은 고승들이 간화선을 통해 깨침의 빛을 얻었지만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계종 포교원이 초심자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간화선 가이드(간화선입문)를 냈다. 일상생활 속에서 화두를 들고 깨달음을 얻는 것은 물론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이루고 자신있게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수행의 전제조건=간화선 수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중도, 연기 등 불교의 핵심 가르침에 대해 철저히 이해한 뒤 왜 수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정견·正見)을 세우고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의 계기(발심·發心)가 만들어져야 한다. 발심이 쉽게 일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에 초심자의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큰스님들의 발심을 촉발하는 녹음 법문을 반복해 듣는 것도 좋다.

#화두 받기=지금까지 알려진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를 의심하는 ‘이뭣고’ 화두 등 1,700여 가지나 된다. 화두는 수행의 스승인 ‘선지식’에게 받아야 한다. 선지식은 일반적으로 정견과 법에 대한 바른 안목을 가진 스님인데 찾을 수 없을 때는 차선책으로 경전 등에서 제시한 화두를 들 수도 있다. 화두는 일평생 하나만 들어야 한다. 간혹 화두를 바꾸는 이들도 있는데 힘만 낭비하고 수행에 진전을 보기 어렵다.

#잡념·망상 없애기=대부분의 초심자들은 참선을 시작하면 잡념이나 망상이 생기게 마련. 이럴 때는 심호흡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뭣고’ 화두를 들 경우 ‘이’ 하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뭣고’ 하면서 숨을 내쉰다. 그렇다고 염불을 하듯 아무 생각 없이 화두를 외기만 하면 안 된다. 잡념은 막을 수 있으나 간화선에서 말하는 진정한 화두 참구의 모습은 아니다.

#규칙적이고 끈질기게=화두 참구는 5분이고 10분이고 규칙적으로 매일 정한 시간에 반복하는 것이 공부의 힘을 기르는 지름길이다. 이어 참구시간을 조금씩 늘려 하루 30분 이상 1시간씩 할 수 있게 되면 공부가 자리 잡히게 된다. 그런 다음 한달에 한두번 시민선원의 철야정진에 참여하면 화두 드는 데 커다란 힘을 얻게 된다.

#참선의 생활화=설거지나 청소를 하면서, 논밭을 가꾸면서, 밥먹고 차마실 때도 화두를 들 수 있다. 특히 버스·지하철 등을 기다릴 때처럼 여분의 시간이 좋은 기회다. 그 시간에는 집안일·회사일·나랏일 등 온갖 번거로운 잡념들이 밀려오게 마련이다. 이때 화두를 들면 의식이 맑아지면서 초조·불안·근심이 줄어들게 된다. 지하철에 앉아 참선할 때 시선을 콧등에 두면 잡념없이 화두를 드는 데 도움이 된다.

#배부르게 먹지 않기=참선시 졸음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게 먹고 너무 따뜻하게 자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가부좌 때는 방석의 뒷부분을 접어 높게 하고 양 무릎이 모두 바닥에 닿게 하면 자세가 안정돼 쉽게 발이 저리지 않는다.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면 훨씬 편안하게 오래 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졸음이 오기 때문에 반쯤 뜨는 것이 좋고 시선은 1∼2m 앞 바닥에 둔다.

〈김준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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