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
대전에서 보일러공으로 일하면서 시를 쓰는 시인이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참 좋은 시집을 낸 적도 있지요. 이면우라는 시인입니다. 그이의 '봄밤'이라는 시 한 편
읽어드리겠습니다. 늦은 밤 아이가 현관 자물통을 거듭 확인한다 가져갈 게 없으니 우리 집엔 도둑이 오지 않는다고 말해주자 아이 눈 동그래지며, 엄마가 계시잖아요 한다 그래 그렇구나, 하는 데까지 삼 초쯤 뒤 아이 엄마를 보니 얼굴에 붉은 꽃, 소리 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시인이 문학상을 받던 날, 저는 도반으로서 박수 치러 갔다가 그 동안 고생하며 살아온 그이의 아내가 흘리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바로 이 시에 등장하는 그 '엄마'였습니다.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아이의 생각도 가상한데,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이 발개지는 아이 엄마도 틀림없이 순정하고 착한 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날 시인이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술 마시지 않아도 시인의 주변이 늘 봄밤이기를 빕니다. |
등록일 : 2005.04.18 나온데: 안도현의 아침엽서(국정브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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