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사랑의 노래-안도현

여여니(여연) 2005. 5. 11. 16:55

사랑의 노래

당신이 기쁘게 해주실 때면
저는 이따금 생각해요

이제 죽어도 좋겠노라고
그러면 이 목숨 끝까지
행복하게 살 거라고요

이다음 당신이 늙으시면
그리하여 나를 생각하시면
나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겠죠
아직도 젊은 여인을
당신은 여전히 간직하실 테죠



베르톨트 브레이트(1898~1956)는 독일의 저명한 극작가이자 반체제적 성향을 가진 시인입니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나 「살아 남은 자의 슬픔」과 같은 시는 우리한테도 익숙한 시들이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가 우리에게는 바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짐처럼 지고 시대의 한복판을 헤쳐 나가려고 했습니다.

이 시의 핵심은 뒷부분에 있습니다. 여성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월이라는 이름의 시간을 통과한 뒤에도 당신은 여전히 젊은 ‘나’를 간직할 거라고. 그런데 그게 시를 읽는 우리에게는 잔잔한 슬픔이 되는군요. 사랑과 세월 앞에서 안타까워하는 시속 화자의 마음이 우리한테 슬며시 스며든 까닭입니다.

* 나온데 : 2005.05.11  안도현의 아침엽서(국정브리핑)

 

 

안도현 시인은 1962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전통 서정시에 뿌리를 둔 안도현은 개인체험을 주조로 하면서도

개인차원을 넘어 민족과 사회현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노래하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시집으로 <모닥불>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과 소설집 <연어>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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