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미안하다 |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 시인의 시 <미안하다> 전문입니다. 사랑하는 ‘너’를 만나기 위해 ‘나’는 길을 걸었고, 산을 넘었습니다. 물도 건넜겠지요. ‘나’는 ‘너’에게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너’는 웁니다. 울어도 그냥 펑펑 우는 게 아니라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웁니다. ‘너’는 왜 그렇게 울고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사랑의 슬픔이 참을 수 없도록 어떤 극에 다다랐다는 것이고, 우는 행위를 ‘나’에게 쉽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요. ‘너’와 ‘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해 보는 일이 이 시를 읽는 즐거움입니다. ‘나’는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되풀이해서요. 그렇다면 이 둘의 사랑은 끝난 것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닙니다. 여기서, 미안하다는 말은 ‘너’를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맹세처럼 들리지 않습니까? |
등록일 : 2005.0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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