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편지명시명언

방아깨비-유상연

여여니(여연) 2005. 5. 3. 16:55
방아깨비
"어머, 내 화초!"
아내의 외침에 달려가 보니 스파트필름 잎에 구멍이 숭숭 생긴 것이 보인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열린 창문으로 스며든 한기에 얼었던 상처를 딛고 겨우 살아나고 있는 기특한 녀석이었던 만큼, 아내의 입에서 ‘어머’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고 보니 수국과 제라늄도 멀쩡하지 않다. 범인은 10여 마리가 넘는 작은 방아깨비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집히는 데가 있다. 지난 가을 큰 방아깨비 몇 마리를 잡았었다. 아이들은 긴 두 다리를 손으로 잡고 있으면 옛날 디딜방아 흉내를 내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집안으로 가져 와서는 플라스틱통에서 키우다가 베란다 화분 위에 놓아주었다. 하지만  방아깨비들은 하나 둘씩 수명을 다했다.  아파트의 좁은 공간에서 버틸 수 없었던 탓이리라. 그런데 반년이 지난 지금 쌀알 반토막 크기의 후손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면 생명의 적응력이란 끈질기고도 신비로운 것이다. 그러기에 다윈은 이렇게 말하지 않않던가.


"포유류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기고 지금까지 건재(健在)하여 생물의 영장으로 존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강해서도 아니고 그들이 지능이 뛰어나서도 아니다.  오직 그들이 변화에 가장 잘 적응했기 때문이었다 "

등록일 : 2005.05.03

나온데: 유상연의 아침엽서(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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