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한국 천주교가 처음 공식적으로 제동을 거는 등 종교계가 ‘황 교수의 연구는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기독교와 불교계는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내 이를 둘러싼 논란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4일 교리주교위원회와 사회주교위원회 공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황 교수의 연구는 인간
생명체인 배아의 복제와 파괴라는 반생명적 행위를 수반하고 있다”며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할지라도 분명 인간 생명이며, 따라서 인간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은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번 연구를 통해 복제인간의 출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며 “이는 생명을 유린하고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교회의는 이례적으로 “언론매체도
이상하리만치 황 교수에 대한 찬양 일변도에 편승하고 있다”며 최근 사회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천주교와 달리 개신교계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인간의 생명은 창조주의 거룩한 창작품(구약 창세기)이란 점에서 큰 이견은 없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독교협의회(KNCC)는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기독교윤리’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기독교윤리연구소와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도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워크숍을 갖는 등 각 개신교단이 잇달아 입장을 밝힐 태세다.
이에 비해 불교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순간을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배아복제 연구 자체를 생명 파괴로 보는 입장.
그러나 불교계는 이와 다소 다른 입장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생명윤리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의 생명조작분야 연구위원인 중앙승가대
미산 스님(포교사회학과 교수)은 “불교에서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뒤 다시 중음신(中陰神)이 깃들어야만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 등 아직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올 연말까지 이에 대한 종단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 일부 학자들은 배아가
인간이 아닌 하나의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며 생명의 시작을 수정 후 ‘원시선’이 나타난다는 14일 이후로 보고, 14일 이전의 배아 실험은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독교의 주장과 크게 다른 것이다.
한편 황 교수는 조계종의 2004년
‘불자대상’을 수여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어, 조계종이 황 교수의 연구를 이미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타 종교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황 교수도 지난해 10월 동국대 불교대학원 특강에서 “과학자들은 생명의 시작을 수정란이 착상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능엄경에서는 이보다 더 늦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지 4주째부터 생명으로 간주한다”고 불교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엄주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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