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화엄경강해 낸 김흥호목사

여여니(여연) 2006. 4. 23. 18:56

 

불교·노자사상 가르치는 88세 목사님

 

<중앙일보 2006/4/5/수/사람 사람28면> 

 

김흥호 목사, 최대 불교경전 '화엄경' 해설서 펴내


"부처님은 자신을 안 사람입니다. 노자도, 공자도, 예수님도 모두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그들의 경전을 읽는 것은 그 속에서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미수(米壽.88세)의 김흥호 목사는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면 이화여대 교회 지하강당에서 동양사상을 강의한다. 이화여대 교목을 지낸 김 목사는 요즘 '노자 도덕경'을 가르친다. 1965년 시작해 40년이 넘게 이어져온 강의다. 제자들이 그의 강의를 녹음해 두었다가 하나 둘씩 책으로 펴내고 있다.


최근에는 불교경전 가운데 가장 방대한 화엄경을 쉽게 풀어낸 '화엄경 강해'(전3권.사색)가 출간됐다. 3월에 시작된 노자 강의를 4월 말에 끝내고 책으로 묶어내면 5월부터는 기독교로 돌아가 성경을 강의할 예정이다.


김 목사가 동서양의 경전과 종교서적을 두루 섭렵하는 것은 '종교와 종파, 철학과 학파를 초월해 개개인이 내면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눈 뜬 사람'으로 표현한다. 진리에 눈 뜬 사람이란 뜻이란다.


"불교에선 피안(彼岸)이라 하고, 기독교에선 하늘나라라고 하지요. 저는 이상세계라고 부릅니다. 이상세계는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형이상학적입니다. 눈 뜬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이상세계지요. 눈 뜬 사람이 되기 위해선 눈 뜬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가 만난 '눈 뜬 사람'은 다석(多夕) 류영모(1890~1981)다. 다석은 유교.불교.도교 등 동양의 전통 3교에 기독교까지 섭렵한 사상가다. 그에게 다석을 소개해준 사람은 춘원(春園) 이광수다.


황해도 서흥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김 목사는 평양고보와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해방 후 월남해 춘원을 찾아갔다. 춘원은 "나는 친일한 사람으로 스승의 자격이 없다"며 대신 두 사람을 추천해줬다고 한다. 다석과 국학자인 위당(爲堂) 정인보였다. 김 목사는 우선 위당으로부터 양명학을 배운 다음 다석을 찾아가 6년간 동서양 경전을 사사했다. 55년부터 84년까지는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balanc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