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禪師들 수행담 엮은 책 잇달아 출간

여여니(여연) 2006. 5. 8. 11:19

 

부처님 오신 날… 禪師들 수행담 엮은 책 잇달아 출간

 

<동아일보 2006/5/5/금/문화20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봉, 한암, 만공 스님 등 역대 선사들과 큰스님들의 가르침과 수행담을 실은 책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의 가르침은 속세의 때 묻은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고 평안과 환희를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소설가 정찬주 씨가 장편소설 형태로 쓴 ‘촛불춤을 추어라’경봉(1892∼1982)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책으로 선(禪)이 무엇이고, 멋지게 사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다. 16세에 양산 통도사로 출가한 경봉스님은 ‘종일토록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 푼어치의 이익이 없다’는 구절에 크게 발심해 경전을 접고 전국 선방을 돌며 정진한다. 그는 통도사로 돌아가 용맹 정진하던 중 새벽에 방안의 촛불이 춤추는 것을 보며 홀연히 도를 깨달았다고 한다.

 

경봉스님은 중생들이 힘든 삶을 고백하면 “이왕 사바세계에 왔으니 근심걱정 놓아 버리고 한바탕 멋들어지게 살라”고 했고, 수좌들이 공부가 안 된다고 물어오면 자신의 수행담을 들려주며 “야반삼경에 촛불 춤을 보라”고 말했다. 경봉스님은 “야반삼경에 대문의 빗장을 만져 보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대문의 빗장을 잠그듯 열반에 들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근대 한국 선의 중흥조로 불리는 만공(1871∼1946)스님의 가르침을 법문, 게송, 행장 등을 통해 보여준다. 만공스님은 1895년 7월 25일 온양 봉곡사에서 공부하면서 동쪽 벽에 의지해 서쪽 벽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벽이 비면서 일원상(一圓相)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 계속해 오던 의심을 조금도 흩뜨리지 않고 하룻밤을 보내던 중 새벽 종소리를 듣고 법계성(法界性)을 깨달아 오도송(悟道頌)을 읊었다. “빈 산 이치 기운 고금(古今) 밖인데,/흰 구름 맑은 바람 스스로 오고가누나./무슨 일로 달마가 서천을 건너 왔는고?/축시엔 닭이 울고 인시엔 해가 오르네.”

 

만공스님은 또 “모든 법이 본래부터 항상 적멸(寂滅)한 상(相)이니, 불자가 이 도리를 행하여 마치면 이것이 곧 부처를 깨달아 얻은 것과 다름없다”고 법문해 사람이 도를 구하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에 있음을 설파했다.

 

‘그리운 스승 한암스님’은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춘삼월에 말 잘 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오대산으로 들어가 입적할 때까지 27년 동안 산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한암(1876∼1951)스님의 수행일화들을 모은 책이다.

 

‘그냥, 살라’는 오늘날 살아 있는 큰스님 44인의 가르침을 인터뷰해 실었다.

법정스님은 “홀로 있을 줄 알아야 함께 있을 수 있다”고 했고,

무비(범어사 승가대학장)스님은 “사람이 곧 부처”라고 했으며,

지종(불갑사 조실)스님은 “크게 한번 죽어야 새롭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또 지안(조계종 승가대학원장)스님은 “최선의 교육방법은 이심전심”이라고 했고,

혜정(법주사 회주)스님은 “나 아닌 것들을 위해 마음 한 구석을 비워두라”고 가르쳤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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