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꾼 칭찬 한 마디-
나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했는데,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장
프로에 입단할 생각만 했다.
그런데 대기업 프로축구단 테스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프로 입단을 희망하는 수십, 수백 명의 학생들 중에서
계산 빠른 프로 축구단의 감독이나 스태프의 눈에 들려면
뭔가 남들과는 달라도 분명히 달라야 했다.
키가 크거나 체격 조건이 좋거나 그것도 아니면
공격이건 수비건 특별히 잘하는 장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난 그런 조건 중에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외모도 평범하고 성격도 내성적이라
좌중을 휘어잡는 스타성마저 없었으니
그들이 탐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대학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다 퇴짜를 맡다가
명지대학교
그때까지 내 인생은 늘 그랬다.
남들 눈에 띄지 않으니 ‘깡다구’ 하나로 버티는 것이었고,
남이 보든 안 보든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인 줄 알고 살았다.
덕분에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고,
얼마 안 있어 일본 교토팀 선수로 스카우트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월드컵 평가전에 우리나라 대표팀에 합류했다.
나는 경험 쌓는 거고 본선 때 한 경기 뛰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평가전에 임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님은 평가전에서
나에게 예상 외로 많은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평가전이 있을 때마다
꾸준히 나를 시합에 내보낼 뿐
다른 언질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미국 골드컵 때라고 기억된다.
나는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어 시합에 나가지 못해
텅 빈 탈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여야 할
그 중요한 때에 하필이면 부상을 당했나 싶어
애꿎은 다리만 바라보며 맥이 빠져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히딩크 감독님이
통역관을 대동하여 나타나서 영어로 뭐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지 몰라 통역관을 바라보니,
“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얼떨떨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늘 멀리 있는 분 같기만 했는데,
그런 감독님이 내 곁에 다가와
내 정신력이 훌륭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았다.
더욱이 그 말은 내 심중을 꿰뚫고 있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일지라도
오래 전부터 내가 믿어왔던 것은
죽는 한이 있어도 버티겠다는 정신력이었다.
평발이라는 신체조건도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
정신력 따위를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란한 개인기와
테크닉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님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여드름 투성이 어린 선수의 마음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
‘정신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해주셨던 것이다.
그 칭찬을 듣는 순간 머리가 쭈뼛 설 만큼
내 자신이 대단해 보였다.
월드컵 내내 감독님이 던진
칭찬 한마디를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달갑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히딩크 감독님이라면 어디선가 또 나를 지켜보며
조용한 눈빛으로 격려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자신감이 생겨났다.
만약 내가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라는 것이 유명세를 얻었다거나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전보다 더 내 자신을 사랑하는
‘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던진 채 1분도 안 되는
그 말 한마디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나머지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
*나온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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