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대석스님-고려대장경연구소 전산화작업

여여니(여연) 2006. 2. 23. 09:29

 

[디지털서재&작업실] 조계종 대석스님

 

<경향신문 2005/4/28/목/사람과사람14면>


지난해말 조계종은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스님)가 팔만대장경의 전산화를 완전히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대장경 전산화를 시작한 지 10년 만의 역사적인 이 일에 언론은 일제히 주목했다.
 
하지만 일일이 수만자의 한자(漢字)를 대조하면서 대장경 전산화 프로그램을 짜낸 대석스님(44)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0년 공력(功力)’의 주인공인데도… 실제로 대석스님을 만나려고 시도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흔한 휴대폰도 없고, 어찌어찌 연락이 되어도 “쑥스럽다”면서 도대체 만나기를 꺼려하는 것이었다. 한달을 조른 끝에 어렵게 만난 대석스님은 10년의 지난했던 대장경 전산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기술적 문제와 예산난으로 주저앉아야 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팔만대장경엔 고려시대에만 쓰이던 글자들이 많아요. ‘이체자’라고 하는데, 그걸 프로그램으로 짜넣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용하는 한자가 4,888자인데, 대장경에 있는 이체자만 3만자거든요. 결국 5년 전 ‘고려대장경 이체자전’을 만들어낸 후, 그것을 정자본으로 바꾸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전남대 물리학과를 졸업하던 1987년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청화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대석스님은 속명을 법명으로 그대로 쓸 정도로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런 스님이 어떻게 컴퓨터처럼 아리송한 물건에 흥미를 갖게 됐을까. 스님은 선방에서 참선수행 중 상기(수행도중 열이 뻗쳐올라 머리가 아픈 현상)가 들어 쉬고 있던 93년 누군가 절에 기증한 컴퓨터를 처음 봤다.

“검은 화면에 뭔가 깜빡이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물어 컴퓨터 책 사다가 3번 읽으니까 좀 알겠더군요. 점점 재미가 있기에 아예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어요.”

하지만 94년 조계종에서 일어난 법난으로 스님은 학교를 편히 다닐 수 없었다. 그때 고려대장경연구소장 종림스님이 대장경전산화 작업을 함께 하자며 찾아왔다.

“10년간 8만1천2백58개의 경판 양면이니까, 16만2천5백16면을 입력한 거죠. 1,000쪽 가까운 이체자 자전까지 만들어가며, 3번에 걸쳐 교정을 본 끝에 일본이나 중국, 어디에서도 한 적이 없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한 것은 아니에요. 계속 보완을 해야지요.”

지난해 이 작업이 일단락되자, 스님은 기다렸다는 듯 전남 곡성 성륜사로 떠나가 버렸다. 고려대장경연구소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님에게 SOS를 치지만, 휴대폰이 없는 스님에게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아 끌탕하기 일쑤다.

“컴퓨터나 인터넷은 참 불교적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살면서 수많은 업을 쌓잖아요.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어떤 조건을 만나면 그 인과응보는 나타나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인터넷도 그 실체는 없는데, 어떤 조건을 쳐넣으면 전기신호를 통해 그 결과가 수만개 뜨잖아요?”

지금은 팔만대장경을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어 전산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해인사에서까지 SOS를 보내는 통에 맘 편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행할 시간이 없다며 올 가을에는 아예 토굴로 공부하러 떠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